[의료] "대장내시경 검사하다가 S결장 뚫어 환자 사망…의사 유죄"
[의료] "대장내시경 검사하다가 S결장 뚫어 환자 사망…의사 유죄"
  • 기사출고 2018.12.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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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주의의무 게을리, 천공 진단 빠트려"
대구지법 형사4부(재판부 서영애 부장판사)는 11월 23일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장에 구멍을 내 70대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내과의사 A(69)씨에 대한 항소심(2017노828)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여 · 사망 당시 71세)씨는 2012년 6월 26일 딸과 함께 경주시에 있는 A씨가 운영하는 내과병원에 방문하여 오전 10시쯤부터 내과전문의인 A씨로부터 대장내시경을 시술받았다. A씨는 B씨에게 약 2분 37초 가량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시술을 중단한 후 보호자인 B씨의 딸에게 '암덩어리인지 뭔지 모르겠다. 몇 번을 시도했으나 도저히 검사를 못하겠다, 큰 병원에 가서 촬영하던지 하라'는 취지로 설명했고, B씨는 회복실로 이동했다.
 
회복실에서 수면마취 상태에서 깨어나 의식을 회복한 B씨가 턱과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이면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고 호소하자, A씨는 B씨에게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도록 조치했다.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B씨는 CT 촬영 결과 후복막 부위에 내시경에 의한 장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됐다. 대학병원 측은 다음날인 6월 27일 B씨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여 B씨의 상부 직장의 뒤쪽(등쪽) 부위 즉, S결장과 직장이 만나는 부위에 1㎝ 크기의 천공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개복하여 천공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 다음날 일반 병실로 옮긴 B씨는 증상이 호전되다가 며칠 후 복통을 호소하면서 장마비 증상이 나타났고,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되어 재차 또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에 검사가 A씨의 과실로 B씨에게 대장 천공이 발생해 B씨가 숨졌다고 보아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S결장 부분에 천공을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나, 피고인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함에 있어서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으로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과실로 천공을 일으켰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천공이 발생한 이후 의료인으로서 요구되는 합리적인 진단 내지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현저한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는 점 또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대장내시경 검사 직전에는 별다른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가 대장내시경 검사 직후에 턱과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통증 증세가 있어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조치된 점,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CT 촬영 결과 피해자에게 가슴, 아래턱의 피하기종, 후복막의 기복증, 종격동 기흉 등이 확인되었고, 이를 통해 내시경에 의한 장천공 의증으로 진단되었고, 이 대학병원은 다음날인 2012년 6월 27일 피해자에 대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여 피해자의 S결장 부분에 천공이 있음을 확인한 점, 피해자에 대한 봉합수술을 담당하였던 의사는 '피해자의 천공은 피고인의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짐작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대한의사협회, 한국의료분재조정중재원에서는 '목과 종격동의 기종 등의 증상이 내시경 검사 후에 발생하였으므로 대장천공은 내시경 검사 중 또는 그 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선단부의 물리적인 손상으로 천공을 발생시켰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전문의인 피고인으로서는 대장내시경 검사시 내시경이 대장에 천공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만연히 내시경이 대장 벽에 부딪히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천공이 발생되도록 하였고, 대장내시경 직후에 피해자의 목과 얼굴이 부풀어 올랐으므로 천공발생을 당연히 의심했어야 함에도 그에 대한 진단을 하지 못하고 치료를 지연시켜 결국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내시경 시술시 발생된 천공으로 인한 대장내 내용물 누출이 복막염을 일으켜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것이고, 내과전문의인 피고인으로서 이와 같은 업무상 과실을 범할 당시에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대장천공과 B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