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중국 전리권 침해소송에서의 공지기술항변
[리걸타임즈 칼럼] 중국 전리권 침해소송에서의 공지기술항변
  • 기사출고 2018.12.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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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란 · 임규빈 변리사]

한국과 달리 중국 전리권(특허 · 실용신안권) 침해소송에서는 피고가 전리권 무효의 항변을 할 수 없다. 그 대신 피고는 침해소송의 대상제품이 공지기술에 속한다는 공지기술항변을 통하여 비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이하 2017년 중국법원 50대 IP 사건 중 하나로 공지기술항변이 쟁점이 된 사례를 들어 중국 전리권 침해소송에서의 공지기술항변에 대해 소개한다.

◇차영란(왼쪽) 변리사와 임규빈 변리사
◇차영란(왼쪽) 변리사와 임규빈 변리사

원고(TAN, Xi-ning)는 '사각형 밀봉링(一种矩形密封圈)'을 고안의 명칭으로 하는 실용신안의 권리자(1심 원고, 2심 피상소인, 재심 신청인)로서, 피고(Heng Da; 1심 피고, 2심 상소인, 재심 피신청인)가 제조 · 판매하는 밀봉링이 위 실용신안권 '본건실용'을 침해한다며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승소, 2심 · 재심 패소

1심에서 소송 대상제품은 본건실용의 모든 구성을 포함하므로 침해라고 판단하였으나(피고는 1심에서는 공지기술항변을 하지 않았음), 2심 및 재심에서는 대상제품은 본건실용의 모든 구성을 포함하지만, 피고의 공지기술항변이 성립하여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중국 전리권 침해소송은 2심제로 통상 중급인민법원이 1심, 고급인민법원이 2심이지만, 중대한 안건 등은 최고인민법원에서의 재심이 가능하다.

2심과 재심에서 실용신안권자는, 소송 대상제품은 "열압축에 의해 PTFE 코팅층 0.4316~0.4781mm가 코팅된 밀봉링"인 반면 피고가 공지기술로 제출한 파이프 플랜지에 관한 국가표준 GB/T13404-2008에는 밀봉링이 열압축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 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공지기술항변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심과 재심 법원은 실용신안권자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지기술항변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각 심급의 판단 과정이 상이하여 주목할 만하다.

2심 법원은, 피고가 2심 단계에서 제출한 "본건실용의 평가보고서에 기재된 '청구항 1의 열압축은 고무 재료에 PTFE 코팅층을 형성하는 통상적인 기술수단'이라는 판단을 참작하여, 피고가 제출한 국가표준에 열압축이 개시되어 있지 않아도 대상제품의 모든 구성은 해당 국가표준과 코팅 분야의 공지 상식의 결합에 의해 공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공지의 기술이라고 본 것이다.

피고가 전리권 평가보고서 제출

전리권 평가보고서는 초보심사만을 거쳐 등록된 실용신안 및 디자인권에 대하여, 전리권자 또는 이해관계인이 중국특허청(CNIPA, 구 SIPO)에 청구하여 신규성 및 진보성을 포함하는 모든 실체적 등록요건에 대해 평가받는 보고서이다. 침해소송 제기시 평가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의 제출명령에는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평가보고서는 누구든지 열람, 복사가 가능한데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제출하였다.

반면 재심 법원은 "실용신안권의 보호대상은 형상/구조 및 그 결합으로 구성된 물건 관련 기술사상이므로, 형상/구조 이외의 기술적 특징은 실용신안권의 신규성 및 진보성과 무관하고 따라서 공지기술항변 심리시, 원칙상 공지기술에 형상/구조 이외의 기술적 특징이 공개되었는지 여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본 사안에서 청구항 1의 '열압축'은 형상도 구조도 아니므로 본건실용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고, 따라서 국가표준 GB/T13404-2008에 열압축이 공개되지 않았어도 공지기술항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심과 재심 법원의 판단을 종합해보면, 소송 대상제품의 기술적 특징과 공지기술을 대비할 때 본건실용의 청구범위를 참작하는 것은 공통되나, 참작한 결과, 2심에서는 열압축을 코팅 분야의 공지 상식으로 고려한 반면 재심에서는 열압축은 물건의 형상이나 구조가 아닌 제조방법으로 실용신안권의 보호범위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공지기술에 개시되었는지 여부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송 대상제품의 기술이 공지기술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살펴보자. 공지기술항변은 중국 전리법 제62조에서 "전리침해분쟁에서 피의 침해자가 그 실시기술이 공지기술에 속함을 증명한다면 전리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정의하고 있고, 동법 제22조에서 공지기술이란 출원일 전에 국내외에서 공중에게 알려진 기술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규성 판단기준만 적용

한편 공지기술항변의 심리방법은 최고인민법원의 전리권침해분쟁 안건을 심리함에 있어 법률 적용에 관한 사법해석 제14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전리권의 보호범위에 속하는 모든 기술 특징이 하나의 공지기술 중의 대응되는 기술특징과 같거나 실질적 차이가 없으면 공지기술항변이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사법해석으로부터 중국 공지기술항변의 성립 여부는 하나의 공지기술에 기초한 신규성 판단기준을 적용함을 알 수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의 공지기술항변에 대한 심리는 신규성 판단기준은 물론 진보성 판단기준까지 적용한다는 점에서 상이함을 알 수 있다.

본 사안에서 피고는 2심에서 공지기술항변을 처음 주장하였는데, 공지기술항변의 주장 시기와 관련하여 명확한 규정은 없다. 공지기술항변을 1심에서 주장하지 않고 2심에서 주장할 경우 2심이 1심의 심리범위를 초과하게 되기 때문에 1심부터 주장해야 한다는 견해, 공지기술항변은 당사자의 권리로서 1심에서 주장하지 않았어도 2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면서 주장할 수 있다는 견해로 나뉘어 있다. 본 사안은 후자의 견해대로 2심 법원이 공지기술항변을 심리하였지만, 전자의 견해를 지지하는 일부 판례도 있으므로, 가급적 1심부터 공지기술항변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1심부터 주장해야 안전

그러면 재심에서 처음으로 공지기술항변을 하거나 1심과 2심의 공지기술항변에서 사용된 공지기술과 상이한 공지기술로 공지기술항변을 할 수 있을까? 이럴 경우, 재심은 1심과 2심을 거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므로 최고인민법원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중국 전리대리인협회의 세미나 자료에 의하면, 2013~2016년 전리권침해소송에서 원고 패소 원인 중 공지기술항변 인용 사례가 19.4%로 2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공지기술항변이 침해소송에서 유효한 방어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원고 패소 원인 1위는 55.9%를 차지한 '전리권의 보호범위 외'다.

한편 공지기술항변을 반박해야 하는 원고의 입장에서는, 공지기술과 대비되는 소송 대상제품의 기술 특징이 전리권의 청구범위를 참작하여 제대로 특정되었는지, 신규성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대상제품의 기술 특징과 공지기술이 올바르게 대비되었는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영란 · 임규빈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ylcha@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