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학교수가 연구원 · 강사 허위 등록해 인건비 3억 6100만원 편취…사기죄 유죄"
[형사] "대학교수가 연구원 · 강사 허위 등록해 인건비 3억 6100만원 편취…사기죄 유죄"
  • 기사출고 2018.12.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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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발주처에 손해 없어도 사기 성립"

문화재 관련 연구용역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강사들을 연구원으로 등록하고, 강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강사로 허위 등록해 인건비 3억 6100여만원을 타낸 대학교수에게 사기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울산지법 안재훈 판사는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울산에 있는 한 대학교 교수 A(55)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명령 240 시간을 선고했다(2017고단3236).

울산시 등 지방자치단체, 문화재청, 국립중앙과학관 등에서 자신이 교수로 있는 B대학 산학협력단이 책임연구기관으로 실시하는 각종 문화재 관련 연구용역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된 A씨는 2008년 11월경 '생태하천 복원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에 이 대학 강사인 C가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꾸며 C의 은행 계좌로 인건비 629만여원을 받아 자신이 관리하던 차명계좌로 송금하게 하는 등 2008년 9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인건비 명목으로 3억 38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 기간 중 모두 19명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2007년 12월 자신의 주도로 B대학에서 실시한 '한옥 조형법식 습득을 통한 전통건축설계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B대학 강사인 D가 사실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강사로 참여한 것처럼 꾸며 인건비를 타내는 등 허위 강사 2명에 대한 인건비 명목으로 23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산학협력단은 단지 발주처로부터 용역비를 받아 지급하는 것이므로, 재산상 손해가 없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 판사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03도7828)을 인용,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산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용역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연구원으로 등록하여 피해자로부터 인건비를 송금받는 등 피해자를 기망하여 연구비를 받은 점, 피고인은 다수의 사람을 허위연구원으로 등록한 후 그들로부터 그들 명의로 발급된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교부받아 연구비를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계좌이체하여 사용하였고, 피고인의 어머니 명의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였다가 본인의 계좌로 재이체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는바, 피고인 본인도 행위의 불법성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교부받은 연구비는 사용내역을 세부적으로 기재하도록 되어있고 이는 허위로 연구비를 청구하여 수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 할 것인데, 피고인의 행위는 그러한 인건비 집행의 염결성을 해하는 것으로 기망의 정도도 매우 뚜렷한 점,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기망당하지 않았으면 교부하지 않았을 돈을 교부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설령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대로 피해자에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사기죄의 죄책을 넉넉히 물을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관행적으로 처리하던 방식을 따랐을 뿐인데 억울하다며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선처를 바랐다. 안 판사는 그러나 "대학 사회를 비롯,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자금이 그 지출내역을 알 수 없는 곳에 쓰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 이와 같이 직무에 있어 상당히 불량한 수법의 기망행위로 거액의 연구비를 편취한 자에게 우리 사회의 지성을 양성하는 책무를 맡기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며 징역형을 선택했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점, 피고인이 인건비 명목으로 청구하여 교부받은 연구비를 상당부분 연구수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예컨대, 연구수행에 필요한 해외출장비용이나 교통비를 청구하려면 사용 내역을 소명하는 영수증을 첨부하여 실비를 청구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매번 이러한 방법이 번거로워 증빙이 필요 없는 인건비로 청구하여 연구비를 수령한 후 이를 연구 수행경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범행은 우리나라의 열악하고 후진적인 연구환경(즉, 연구에만 집중하여야 할 교수가 연구비사용 증빙자료를 챙기는 행정업무까지 처리하여야 하여야 하는 것이 우리 학술연구자들이 처한 현실인바, 과중한 업무로 인해 편법적인 수단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교육공무원법 43조의2와 사립학교법 57조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경우 당연 퇴직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