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업무용 메신저로 선 · 후배 변호사에 욕설했다고 로펌 변호사 해고 무효"
[노동] "업무용 메신저로 선 · 후배 변호사에 욕설했다고 로펌 변호사 해고 무효"
  • 기사출고 2018.12.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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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해고할 정도 아니야"
대형로펌 소속의 어소시에이트 변호사가 사내 업무용 메신저로 동료 변호사와 대화 중 선 · 후배 변호사와 비서 등에게 수준 이하의 비난과 욕설을 하고 담당사건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되었으나 소송을 내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다. 징계사실이 일부 인정되지만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가 5월 16일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국내 대형로펌인 A로펌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해고된 이 모(여) 변호사가 A로펌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051656)에서 "원고에 대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2억 3700여만원과 원고가 피고에 복직할 때까지 매월 1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A로펌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2011년 2월 A로펌에 입사해 소속 변호사(주니어 전문가)로 근무하던 이 변호사는 '2015년 이후 A로펌 내부 의사소통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선배와 동료 변호사, 담당 비서 등에 대하여 수준 이하의 비난, 욕설을 하고, 2015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담당 비서 등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후 대화내용을 외부에 유출시켰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비서들이 집무실 밖으로 뛰어나가자 뒤쫓아 다니며 다시 오라고 고함을 지르고 위협하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는 등의 이유로 입사 후 5년이 지난 2016년 6월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에 이 변호사가 A로펌을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냈고, 1심이 이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자 A로펌이 항소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의 사내 업무용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하여 동료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수차례 함께 일하는 담당 비서들과 선 · 후배 변호사들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주고받았던 점, 그와 같은 대화내용이 업무용 메일 계정에 저장되어 외부에 유출됨에 따라 해당 비서들이나 상대 선 · 후배 변호사들에게까지 알려진 점, 원고는 대화내용이 유출된 것을 확인하자, 비난과 욕설의 상대방인 비서들이나 선 · 후배 변호사들에게 사과를 하기는커녕 비서들을 집무실로 불러들여 대화내용의 유출 경위를 추궁하였고, 비서들이 원고를 피하여 집무실 밖으로 도망가자 소리를 지르며 뒤쫓아 가 비서들을 다시 원고의 집무실로 데리고 들어가는 등 피고의 업무 공간 내에서 소란을 일으켰던 점, 뒤늦게 이와 같은 상황을 전달받은 (원고의 직속 상관인) B변호사가 원고의 집무실에 찾아가 비서들을 데리고 나갈 때까지 원고는 비서들에게 대화내용 유출 경위를 계속하여 추궁하며 이와 같은 소란 상황을 지속시켰던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의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전문가인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의 사내 근로환경과 건전한 기업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피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피고 소속 다른 변호사와 약속한 상고이유서 제출기한 내에 상고이유서를 작성하지 못하였고, 아무런 연락 없이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에게 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하여 비서 또는 다른 변호사에 대한 비난이나 욕설을 한 비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해 보이기는 하나, 대화의 성질과 내용에 비추어 원고가 동료들에게 알려질 것을 염두에 두고 고의적으로 그들의 험담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유출 경위 또한 원고의 책임 영역에 있지 않았던 점, 원고가 대화 내용의 유출 경위를 밝히고자 비서들을 추궁하여 사내에 소란을 일으키긴 하였으나 B변호사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그와 같은 상황이 장시간 계속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원고가 상고이유서를 다른 변호사와 약속한 기한 내에 작성하여 제출하지 못한 적은 있지만 그 횟수가 많다고 할 수는 없고 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을 어기는 결과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원고가 소송수행을 담당한 사건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는 별로 없어 보이는 점, 원고의 출근시간이 불규칙하고 상관에게 보고 없이 결근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반면에 원고는 자주 야근을 하고 주말을 포함한 공휴일에 근무하기도 한 점, 피고는 원고의 상관이자 해당 징계처분 경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B변호사를 징계위원으로 하여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취업규칙에 위배되는 징계절차를 진행하여 (원고에 대한) 해고에 이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는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피고가 원고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이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고는 인사위원회 구성이 피고 취업규칙에 위배되어 절차상 위법이 있고,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대한 징계양정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무효이고, 피고가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상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며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가 피고에게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538조 1항에 따라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 변호사가 해고 당시 받은 월 평균 급여는 1400여만원. 재판부는 해고 다음날부터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18년 4월 27일까지 중간수입을 공제하여 산정한 이 변호사의 미지급 임금 2억 3700여만원과 그 다음날부터 이 변호사가 A로펌에 복직할 때까지 매월 1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 변호사는 해고 이후 대기업에 입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