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만나달라' 5일간 236회 문자 폭탄…상대가 스팸 처리했어도 유죄
[형사] '만나달라' 5일간 236회 문자 폭탄…상대가 스팸 처리했어도 유죄
  • 기사출고 2018.11.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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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에 '도달' 해당"

'만나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경우 상대방이 이를 수신차단해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범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월 15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모(여 · 32)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4610)에서 이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졸업 후 동참모임에서 한 차례 만난 정 모씨에게 2017년 8월 2일 오후 3시 48분쯤부터 오후 9시 26분쯤까지 휴대전화를 이용해 '니네 회사에 전화한다', '니네 회사에서 연락왔어', '야 전화 좀 받아봐' 등 정씨가 만나주지 않으면 회사에 연락하여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8차례 반복적으로 보냈다. 이씨가 이를 비롯해 8월 6일까지 5일 동안 정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모두 236건. 이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불안감 유발 문자메시지 반복 전송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2017년 8월 1일 이씨에게 연락하지 말 것을 분명히 요청했다.

재판에서는 정씨가 이씨의 문자메시지를 모두 스팸 처리해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지 못했는데도 이씨를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정보통신망법 74조 1항 3호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 문언 · 음향 ·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보낸 문언의 내용, 표현방법과 그 의미, 피고인과 상대방의 관계, 문언을 보낸 경위와 횟수, 그 전후의 사정, 상대방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하고,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상대방의 휴대전화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문자메시지를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행위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아야 하고, 상대방이 실제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였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문자메시지들은 내용, 경위, 기간과 횟수 등을 고려할 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게 하는 문언에 해당하고 반복성도 인정되며, 비록 피해자의 수신차단으로 문자메시지들이 피해자 휴대전화의 스팸 보관함에 저장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문자메시지들을 바로 확인하여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에 정보통신망법 74조 1항 3호의 '공포심이나 불안감', '반복성', '도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