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혼인 중 임신한 자녀도 '혈연관계 없음' 증명되면 친생부인소송 아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으로 바로잡을 수 있어"
[가사] "혼인 중 임신한 자녀도 '혈연관계 없음' 증명되면 친생부인소송 아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으로 바로잡을 수 있어"
  • 기사출고 2018.11.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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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친생자 추정 효력 미치지 않아"

민법 844조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며,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거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가 부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추정을 번복하기 위하여는 부부의 일방이 민법 846 , 847조에서 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그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친생부인의 소는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내에 이를 제기하여야 하는 제척기간의 제한이 있어 이 기간을 넘기면 가족관계등록부의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되게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가정법원이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최근 혼인관계가 파탄되고, 유전자 배치 등을 통해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민법 844조의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통해 부자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가정법원 제2부(재판장 김성우 부장판사)는 10월 30일 A(여)가 "전 남편인 B와 딸 C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B와 C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르31287)에서 "피고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와 B는 1993년 결혼해 4년 후인 1997년 딸 C를 낳아 친자로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2001년 협의이혼했고, 친권자로 지정된 A가 줄곧 C를 양육했다. 1년 후인 2002년엔 C의 친부가 C를 다른 이름으로 자신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해 C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이중으로 편제됐다. C는 이중으로 출생신고가 된 이후 대내외적으로 C의 친부가 출생신고한 이름으로 생활했고 현재까지 B와는 교류가 전혀 없었다. 이에 C의 어머니인 A가 전 남편인 B와 C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낸 것. 서울대병원에 대한 혈액과 유전자 감정촉탁결과에선 B와 C는 유전학적으로 부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친생자 추정과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은 1958년 2월 22일 구 민법 제정 당시부터 도입된 것인바 이는 부성(父性)의 정확한 감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처의 부정행위가 드물었던 시대적 배경 하에서 불확실한 개연성에 기반을 둔 것인데, 과학적 친자감정기술의 발달로 혈액형 또는 유전자형의 배치에 대한 감정을 통해 친생자 추정이 혈연에 반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게 된 현재에 이르러서도 이와 같은 친생자 추정의 법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의 검사는 비교적 간단하여 부부의 내밀한 사적 비밀을 침해하지 않고도 혈연관계 유무의 확인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 또한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되었고, 부와 자 사이의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와 자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하지도 않는 경우에까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도과를 이유로 혈연진실주의에 부합하게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은, 이를 통해 지켜야 할 별다른 법익은 존재하지 않는 반면, 그로 인해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는 법적인 부자관계의 정립을 원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친생부인의 소는 부 또는 처만이 제기할 수 있는바(민법 847조), 특히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추정을 벗어나 자신의 친생부와의 친생자관계를 확인할 방법을 마련해 줄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동서의 결여 등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고, 부와 자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으며,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을 통해 부와 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는 C가 만 4세때 원고와 이혼하여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점, C는 원고와 B의 이혼 이후 자신의 친부의 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어 다른 이름으로 생활하였고, B와는 전혀 교류 없이 지내는 등 피고들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보이는 점, 유전자검사에서 피고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점 등을 종합하면, C는 B의 친생자로 추정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의 방법에 의하여 피고들 사이의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적법하며, B와 C 사이에는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이 명백하고, C의 어머니인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판시했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또 류 모씨의 부인 D가 남편과 남편의 전 부인인 E 사이에 출생신고된 F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의 항소심(2018르31218)에서도 같은 이유로 "피고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류씨와 E는 1996년 4월 혼인신고해 E가 이듬해 F를 낳았고, F는 두 사람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됐으나, 류씨의 의뢰로 1998년 3월경 실시된 유전자형 검사에서 F가 류씨의 친자가 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류씨는 E와 이혼하고 2004년 지금의 부인인 D와 재혼했다. F는 2008년 성과 본을 '문화 류(文化 柳)'에서 '대구 배(大邱 裵)'로 변경했다. 이후 D가 남편과 F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내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