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입법 용역 맡긴 뒤 검토 초안 써주고 돈 받은 전 법제처 국장 뇌물 유죄"
[형사] "입법 용역 맡긴 뒤 검토 초안 써주고 돈 받은 전 법제처 국장 뇌물 유죄"
  • 기사출고 2018.11.15 09: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대가 수수 기회 자체도 뇌물"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0월 25일 로펌과 변호사, 대학교수 등에게 입법 자문용역을 맡긴 뒤 직접 검토 초안을 써주고 그 대가로 9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전 법제처 국장 한 모(56)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177)에서 한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기여도 대비 받은 돈의 다과를 떠나 '자문 기타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수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자체가 뇌물이라고 보았다.

한씨는 '지역균형개발법 등 8개 법률안에 대한 법적 지원 위탁' 등 법제처 등으로부터 각종 법률안 등에 관한 검토 용역을 의뢰받아 용역대금 1억 400만원을 지급받은 적이 있는 A로펌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수주하여 용역 수행 중인 '산업융합촉진을 위한 법제도 정비 연구'와 관련하여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초안을 작성해 주고 245만 6000원을 받는 등 2010년 9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사전입법 지원사업'과 관련해 법률안 용역 자료를 검토해주고 로펌과 변호사, 대학교수, 대학 산학협력단, 학회 등에서 총 9300여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자 상고했다. 

한씨는 변호사나 대학교수 등에게 "사전입법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도록 해 줄테니 자문용역을 협업하자"며 용역을 맡긴 후 용역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초안을 작성해주고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입법 지원사업은 법제처가 로펌 · 변호사 · 교수 등을 위탁사업자나 자문관으로 선정하여 법령안 입안 단계에서 각종 법적 검토와 자문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1년 3월경 도입됐으며, 한씨는 법제도선진화추진단 부단장, 법제도선진화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인이 법제처 소속 공무원 지위를 이용하여 '자문 기타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수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뇌물수수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특히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제공받은 '자문 기타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수수할 수 있는 기회' 자체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이상 뇌물에 해당되고, 피고인이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로 실제 지급받은 금품이 피고인의 기여도를 초과하여야 한다거나 피고인의 도움이 필요 없었음에도 공여자들이 자문수행 등에 피고인을 참여시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대가를 지급하였다는 사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피고인이 자신의 기여도에 상응하거나 이에 못 미치는 대가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기회가 뇌물에 해당함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