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자신의 범죄 증거 은닉…증거은닉죄로 처벌 불가"
[형사] "자신의 범죄 증거 은닉…증거은닉죄로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18.11.14 09: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제3자와 같이했어도 마찬가지"

자신의 범죄에 관련된 증거를 타인과 공동하여 은닉한 경우 함께 증거를 숨긴 타인은 증거은닉죄로 처벌되나 본인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증거은닉죄는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만 성립하고, 본인의 범행에 관련된 증거를 은닉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0월 25일 증거은닉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병윤(61)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상고심(2015도1000)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증거은닉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일부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오 전 의원의 부탁을 받고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윤 모(40)씨에게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을 확정했다.

오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2월 5일 저녁 무렵 정 모씨 등 교사, 공무원의 정당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민노당 홈페이지와 투표시스템 서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민노당 홍보국장으로 재직하던 윤씨에게 '당원 정보 관련 장비'를 반출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윤씨가 서버 관리 업체 직원에게 해당 서버의 하드디스크 2대를 빼내어 달라는 취지로 부탁해 건네받은 하드디스크 2대를,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민노당 당사에 보관, 오씨와 윤씨가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당시 민노당의 회계책임자로서 미신고 계좌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이 하드디스크 2대는 정씨 등의 정당법 위반 사건에 관한 증거임과 동시에 오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관한 증거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증거은닉 혐의에 대해,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하고, 범인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범인이 증거은닉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아니한다"며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하였다면 증거은닉죄에 해당하지 않고, 제3자와 공동하여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이를 타인과 공동하여 은닉하면 증거은닉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증거은닉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증거은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