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고교 교장이 회식자리 노래방에서 여교사와 강제로 블루스 추면 성추행"
[형사] "고교 교장이 회식자리 노래방에서 여교사와 강제로 블루스 추면 성추행"
  • 기사출고 2018.11.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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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몸 밀착 안 했어도 위력에 의한 추행"

고등학교 교장이 회식자리에서 여교사와 강제로 블루스를 추었다면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1월 9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고등학교의 전 교장 A(58)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6443)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10년간 신상정보 등록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7월 22일 오후 9시쯤 충남 보령시에 있는 수련원에서 학교 교직원 연수 행사기간 중 수련원 근처 노래방에서 같은 학교 여교사 B(44)씨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팔을 잡고 세게 당겨 무대 쪽으로 데려가 블루스를 추면서 상체를 껴안고 몸을 밀착시킨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자 상고했다. 블루스를 춘 시간은 약 1분. 1심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노래방 안의 ㄷ자형 소파에 앉아 있는 평교사인 B씨에게 다가가 갑자기 한 쪽 손을 강하게 잡아당겼고 B씨가 팔을 빼면서 "어떻게!"라고 말하였으나, A씨는 "대학 때 이런 것 안 해봤어"라고 말하며 더 세게 잡아당겨서 B씨가 무대 중앙으로 이끌려 나갔다. 당시 A씨는 한쪽 손으로 피해자의 등 쪽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피해자의 손을 잡고 약 1분간 부르스를 계속 추었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의 강한 손아귀의 힘과 팔로 등을 감싸는 손의 힘을 느껴 피고인과 몸이 닿지 않게 하려고 몸을 뒤로 빼려고 노력했으며, 이를 지켜본 동료 여교사가 다른 교사에게 "저거 어떻게 할 거에요 도와줘야지"라고 말하고, 이 말을 들은 다른 교사가 A씨를 뒤에서 안아 피해자로부터 떼어냈다.

A씨는 1심 재판에서부터 "B씨와 블루스를 춘 사실은 있으나, 당시 여러 교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통상적인 회식 분위기 가운데 B씨와 짧게 의례적인 춤을 춘 것에 불과하여 추행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블루스를 추기 위하여 내키지 않아 머뭇거리는 피해자의 팔을 재차 당겨 무대 쪽으로 데려간 다음 한쪽 팔로 피해자의 상체를 껴안고 다른 손으로 피해자의 손을 잡고 블루스를 추면서 피해자의 등을 감싼 손에 힘을 주어 피해자의 몸을 피고인의 몸 쪽으로 잡아당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행위는 명백히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추행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동을 강하게 거부하지 아니하고 블루스 춤에 응해 주었다거나 그 후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며, 당시의 회식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하였다는 점 등은 고려할 것이 못 된다"고 지적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를 강하게 거부하지 못한 것은 같은 학교의 교장과 교사라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기인한 것으로서, 피고인으로서는 이러한 지위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수 있음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이와 같은 행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블루스를 추기 시작할 무렵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내색을 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이에 상관없이 피해자를 잡아끌어 팔로 피해자를 강하게 감싸고 계속 블루스를 춘 점, 피해자가 피고인과 몸 정면이 서로 맞닿지 않게 자신의 몸을 뒤로 빼려 노력하다가 다른 사람이 떼어 내어서야 비로소 피고인이 행위를 멈춘 경위, 당시 자리의 성격이 업무상의 관계가 이어지는 회식자리였던 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지위와 나이의 격차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업무상 자신의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하였다거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 · 하체 정면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A씨는 또 2014년 6월 중순경 학교 교장실에서 교감으로부터 '교사 이 모씨가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지는 성추행을 하였고 그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있다는 다른 교사의 보고를 받았다'라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으나 사안 조사와 교육청 보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혐의(직무유기)로도 기소되어 이 혐의도 유죄가 확정됐다.

1, 2심 재판부에 따르면, 이 모 교사가 미술실에서 수업중에 한 여학생의 가슴을 만졌으며, 다른 교사가 여학생들이 보여준 휴대폰 동영상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 교감에게 보고했다. 이 모 교사는 2015년 7월 10일경에도 미술교무실에서 여학생의 등 뒤에서 갑자기 양팔로 상체를 껴안고 양손으로 가슴을 주물러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하였고, 결국 위 두 추행행위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교감을 통하여 이씨의 추행사실을 보고받고도 이에 대하여 사안 조사 또는 교육청에의 보고 내지 수사기관에의 신고 등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자신의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나에게 사안 조사 등의 의무가 있다는 전제에 있는 것인데, 이 법률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학생간의 폭력일 뿐 교사에 의한 성추행은 그 대상이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이 법률에 따른 구체적인 사안 조사의 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폭력의 내용에 성폭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학교폭력예방법상 명백하고, 교원에 의한 학생 성폭력은 학생간 성폭력보다 사안이 중하고 심각성이 크기 때문에, 교원에 의한 학생 성폭력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적어도 학생 간 성폭력이 발생하였을 때 요구되는 수준의 조치 내지 그 이상의 엄정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여성가족부와 교육청 안내자료 및 학교 내 자체 지침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학교장으로서 교원의 학생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경우 직접 구체적으로 사실여부를 확인하거나, 고충전담창구 내지는 학교폭력관련 전담기구 등을 통하거나, 학교 내 조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여 조사를 의뢰하거나 사안이 확인될 때까지 가해자 격리조치를 취하는 등의 적절한 처리를 할 구체적인 직무상의 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한 조치는 피고인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무수행 방법 중 일부를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사실관계 확인 내지 피해자 구제를 위하여 가능한 여러 방법들 중 어느 것도 수행하지 아니한 이상 직무의 의식적 방임 내지 포기라고 인정된다"며 밝혔다.

A씨는 또 "교감을 통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였고, 다만 '성추행'에 해당하는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파악되어 예방교육만을 실시하고 사안을 종결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단지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한 것을 넘어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등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