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빨간불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교통] "빨간불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 기사출고 2018.11.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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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법] "선행 무단횡단자 건넌 뒤 사고"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 치어 사망하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선행 무단횡단자들도 있었고, 선행 무단횡단자들이 이미 반대편 차로에 진입한 상태에서 후행 무단횡단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다.

서울북부지법 김재근 판사는 10월 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자 A(5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8고단1488).

A씨는 2018년 3월 7일 오후 3시 20분쯤 포터 화물차를 운전하여 서울 동대문구 사가정로에 있는 '종로프라자약국' 앞 편도 3차로 도로를 배봉사거리 쪽에서 장안삼거리 쪽으로 1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정지신호에 우측에서 좌측으로 무단횡단을 하는 B(여 · 68)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화물차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머리를 다친 B씨는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동맥 파열로 사망했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에는 B씨 외에도 앞선 무단횡단자들이 여러 명 있었다. 1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A씨는 앞선 무단횡단자들은 확인했으나 2차로에 정차하고 있던 트럭 앞으로 갑자기 나타난 B씨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차량이 횡단보도 전방 약 80m 지점에 다다를 무렵 횡단보도 위에 설치된 차량 진행신호가 청색신호로 바뀌었으며, A씨의 차량은 시속 약 39km 정도로 진행하고 있었다.

검찰은 사고 당시 신호가 보행자 정지신호였지만 교차로에서는 운전자가 전방과 좌우를 잘 살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고, A씨가 이 의무를 게을리해 B씨를 사망하게 했다며 A씨를 기소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보행자들도 횡단보도의 신호에 따라 보행하여야 하고, 차량의 진행신호 중에는 도로를 횡단하여서는 아니 되는바, 당시 1차로를 따라 운행하던 피고인으로서는 이미 차량 진행신호가 켜졌고, 전방의 선행 무단횡단자들이 피고인 차량의 진행방향 차로를 모두 건너 반대편 차로에 진입하였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인지한 선행 무단횡단자들에 대한 사고방지 주의의무는 이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사고 시점은 차량 진행신호가 들어온 지 제법 시간이 경과한 때이므로, 피고인이 선행 무단횡단자들 이외에 추가 무단횡단자가 더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운전자들에게 차량 진행신호가 켜진 후에도, 즉 횡단보도의 적색신호가 들어온 이후에도 여전히 횡단보도에서도 일시 정차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이상의 무단횡단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필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설령 피고인이 무단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하였더라도 발견시간과 반응시간의 간격과 제동거리에 비추어 제동장치를 조작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보이고, 피해자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그밖의 다른 조치를 취하기도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분석 감정 내용에 따르면, A씨 차량에서 B씨가 보이기 시작한 지점은 약 12m 내외의 거리인데, A씨가 운전 중 B씨를 인지하고, 제동하여 사고를 피하기 위하여는 최소 20.8m 이상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