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빈집털이' 신고 현장에서 경찰관이 돈 봉투 '슬쩍'…벌금 300만원
[형사] '빈집털이' 신고 현장에서 경찰관이 돈 봉투 '슬쩍'…벌금 300만원
  • 기사출고 2018.11.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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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법] 봉투 행방 묻자 "지문 묻는다"며 제지

서울북부지법 송유림 판사는 최근 '빈집털이'를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엔화 4만 3000엔이 든 돈 봉투를 훔친 혐의(절도)로 기소된 김 모(54) 경위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2017고단5374).

김 경위는 2017년 10월 6일 오전 0시 55분쯤 '여행기간 중 빈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112 신고를 받고 다른 경찰관과 함께 서울 성북구에 있는 A씨의 단독주택으로 출동하여 현장감식 업무를 진행하던 중, 이 집 2층에 있는 A씨 아들의 방에 들어가 책상 위에 있는 검정색 파우치를 열어보다가 그 안에 있는 A씨 아들 소유인 만엔권 2매, 5천엔권 4매, 천엔권 3매 등 엔화 4만 3000엔(한화 약 42만원 상당)이 들어있는 국민은행 백색 봉투를 발견하고, A씨의 집에서 빈집털이 절도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이미 이 봉투 안의 엔화를 절취해 가 봉투가 비어있는 것처럼 꾸민 후 몰래 가져가기로 마음먹었다.

김 경위는 약 1시간 후인 오전 1시 40분쯤 A씨의 집 1층 안방에서 A씨의 아들에게 한 손으로는 꽃무늬 봉투 1개, 다른 한 손에는 반으로 접힌, 엔화가 들어있는 국민은행 백색 봉투 1개와 접혀있지 않은 국민은행 백색 빈 봉투 1개를 들고 A씨의 아들에게 "감식을 위하여 봉투 3개를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A씨의 아들이 "국민은행 백색 봉투 안에 엔화가 들어있지 않느냐"고 말하며 봉투들을 만지려고 했으나 김 경위는 "손으로 만지면 지문이 묻는다"고 말하며 봉투들을 만지지 못하게 한 후, 꽃무늬 봉투 1개와 접혀있지 않은 국민은행 백색 빈 봉투 1개의 안을 벌려서 A씨의 아들에게 보여준 후 그대로 4만 3000엔이 들어있는 국민은행 백색 봉투 1개를 손에 들고 나온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아들은 김 경위 등이 현장감식을 마치고 돌아간 후 엔화가 들어있는 봉투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재차 112에 신고하여 다른 경찰관들이 2~3차례에 걸쳐 김 경위에게 이를 확인하는 전화를 했으나, 김 경위는 "수거한 봉투에는 돈이 없다"며 부인했다.

김 경위는 재판에서 "당시 엔화가 들어있는 봉투를 가져간 사실은 있으나, 이는 절도범이 어질러 놓은 여러 개의 봉투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가져간 것일 뿐 절도의 범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송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2층 현장 감식과정에서 A씨 아들의 책상 위에서 엔화가 든 봉투를 발견하고 이를 수거하지 않기로 한 후 파우치 위에 놓아두었다고 하는바, 감식현장에서 엔화가 든 봉투가 사라졌다는 취지의 의문이 제기된 경우 이와 같은 사실을 언급하거나 피고인이 수거한 증거물을 넣어둔 서랍 안을 재차 살펴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수거한 봉투에는 돈이 없다'거나 '기분이 나쁘다, 우린 절대 모른다'라고만 대응하는 것은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에게 절취의 범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 판사는 이어 "피고인이 범죄피해 현장에서 현장 감식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관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여 이미 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발생하도록 했다"고 지적하고, "뒤늦게나마 피해품을 모두 반환하여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한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