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광화문 1번가' 현장상담 사무관 뇌경색…공무상 재해
[노동] '광화문 1번가' 현장상담 사무관 뇌경색…공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8.11.05 1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민원인 욕설 등 상당한 스트레스 받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파견되어 온 · 오프라인 정책제안 접수창구인 '광화문 1번가'에서 현장상담 업무를 수행하다가 뇌경색에 걸린 행정안전부 사무관에게 공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심홍걸 판사는 10월 25일 뇌경색에 걸린 행안부 사무관 A(45)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단59321)에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4년 6월경 국회사무처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중소기업청을 거쳐 2016년 5월 행정자치부(2017년 7월 행정안전부로 바뀜)로 전입한 A씨는 인사명령에 따라 2017년 5월부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광화문 1번가'에서 현장상담 업무를 수행했다.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정책제안을 수렴할 목적으로 대통령 지시로 설치된 국정기획자문위는 국민들의 정책제안을 수렴하기 위한 일종의 정책제안센터로 온 · 오프라인 접수창구인 광화문1번가를 운영했다. 광화문1번가는 광화문대로 옆 세종로공원에 컨테이너 2개를 연결해서 만든 임시 사무실을 두고 있었는데, A씨는 2017년 5월부터 1주일에 6일(월요일 휴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또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앞면이 완전 개방되어 있는 임시 사무실에서 그곳에 놓인 8개의 테이블 중 한 곳에 앉아 정책제안 등을 위해 그곳을 찾아 온 국민들의 정책제안 등을 듣고 제안요지를 정리하는 등의 현장상담 업무를 1일 평균 10건 정도 수행했다.

A씨는 현장상담 업무를 하면서 순수한 정책제안보다는 행정부나 사법부에서 해결되지 않은 민원 등에 관한 상담을 더 많이 했다. 민원인들로부터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거나 대통령과 직접 면담하겠다는 등의 곤란한 요청을 종종 받았고, 화가 난 민원인들로부터 욕설 등 언어폭력도 당했다. 게다가 임시 사무실 주변에는 수시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려 A씨는 소음에 수시로 노출되었고, 하루 종일 상담을 하면서 소리가 울리는 공명현상도 겪었다. A씨는 광화문 1번가에서 현장상담 업무를 담당한 지 약 1개월이 지난 2017년 6월 20일 오후 5시 30분쯤 더운 임시 사무실에서 보청기를 낀 고령의 민원인과 판결 내용 등에 관한 상담을 하면서 그 주변에서 약 8000명에 이르는 전국건설노조원들의 집회로 인한 소음으로 내내 큰 소리를 내다가 어지러움을 느껴 업무를 중단했다. 그 후 오후 6시쯤 퇴근하면서도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걸음이 계속 우측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후송된 A씨는 '기타 뇌경색증' 진단을 받고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요양 승인을 신청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심 판사는 대법원 판결(2010두22696 등)을 인용, "공무원연금법상의 공무상요양비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으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나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직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으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공무상 질병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공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심 판사는 "원고가 뇌경색 상병 발병 당시 약 13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하였다고 하나, 상병 발병 무렵과 같이 공원에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앞면이 완전히 개방된 임시 사무실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민원인 등과 하루 종일 상담을 하는 상황을 공무원의 통상적인 근무환경으로 보기는 어렵고, 원고는 상병 발병 무렵 현장상담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원고가 직전에 사무실 내에서 계획 수립 등의 내근 업무를 수행하였고, 원고가 이전에 외근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현장상담 업무가 원고에게 익숙한 업무라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원고는 원래 임시 사무실에서 국민들로부터 직접 정책제안을 받아 요지를 정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그보다는 행정부와 사법부에서 만족스런 답을 받지 못한 민원인들의 민원에 관한 상담 등의 업무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민원인들에게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곤란함과 답변에 불만족한 민원인들의 욕설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원고는 현장상담 업무를 수행한 이후 원고의 배우자와 지인에게 업무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수차례 호소했다"고 밝혔다.

심 판사는 이어 "게다가 임시 사무소 근처에는 수시로 각종 행사가 열려 상당한 정도의 소음이 발생해 원고를 비롯한 현장상담 담당 공무원들은 그와 같은 소음에 노출된 상태에서 민원인들과 하루 종일 대화하면서 귀가 울리는 등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상병 발병 당시 원고는 무더위 속에서 하루 종일 근무를 하다 거의 업무를 마치려는 상황에 있었고, 여기에 임시 사무실 근처에 있었던 수천 명이 운집한 집회에서 하루 종일 발생한 소음에 노출되어 상대방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까지 더해진 상태로 귀가 어두운 고령의 민원인과 원고가 해결하기 어려운 판결 내용 등에 관하여 내내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하였는데, 이것으로 인해 원고에게 생리적 변화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원고는 흡연은 전혀 하지 않았고 술도 가끔 1주 1회 2~3잔 정도 마시는 등 평소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에게 상병의 발병원인이 되는 소인을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업무로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씨의 뇌경색은 공무상 재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