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총공사기간 늘어나도 추가 간접공사비 청구 불가"
[민사] "총공사기간 늘어나도 추가 간접공사비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18.11.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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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총괄계약상 총공사기간에 법적 구속력 없어"

장기계속공사에서 총공사기간이 계약 당시 정한 공사기간보다 연장됐다 하더라도 공기 연장에 따른 현장사무실 운영비 등 이른바 간접공사비를 추가로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명시적 판단을 내린 첫 사례로, 건설사들엔 불리한 판결이다. 그동안 하급심 판결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법원에 계류 중인 다수의 사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0월 30일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12개 건설사가 "총공사기간이 21개월 늘어났으니 공사기간 연장에 따라 추가 지출한 간접공사비 약 280억원을 지급하라"며 국가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다235189)에서 "서울시는 건설사들에 총 14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림산업 등 12개 건설사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요청으로 조달청이 공사입찰공고를 한, 지하철 7호선 온수역에서 인천 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까지 연결하는 내용의 9개 정거장, 총연장 10.2km 규모의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에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가, 2004년 12월 국가와 공구별로 총공사준공일을 2011. 3. 31.로 부기하여 1차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후 국토해양부가 공사기간을 당초 '2004년~2010년'에서 '2004년~2012'년으로 변경했고, 건설사들과 서울시는 준공기한을 당초 2011년 3월 31에서 2012년 12월 31일로 변경, 공사기간이 21개월 늘어났다. 이후 건설사들과 서울시는 공구별로 설계변동, 물가변동, 공사구역 변경 등의 사유로 수회에 걸쳐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부기사항인 총공사기간과 총공사금액을 변경했다. 이에 건설사들이  "공사기간이 21개월 연장됨에 따라 추가 지출한 간접공사비 280억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시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간접공사비는 현장 직원에게 지급하는 비용인 간접노무비와 현장사무실 운영비 등을 말한다.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총괄계약에서 정한 총공사기간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고 "서울시가 공사를 수행함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여 총공사기간이 연장되었고, 이는 서울시의 책임있는 사유로 판단된다"며 건설사들에 총 14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에 대한 청구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들, 국가, 서울시 사이에 공사의 착공, 대가의 지급 등 계약 이행과 관련한 부분은 서울시가 원고들에 대하여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상 권리 · 의무를 가지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차공사에 관한 계약 체결 당시 부기된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에 관한 합의를 통상 '총괄계약'이라 칭하고 있는데, 이러한 총괄계약에서 정한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은 국가 등이 입찰 당시 예정하였던 사업의 규모에 따른 것"이라 지적하고, "사업연도가 경과함에 따라 총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 추가로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에 부기하는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이 같이 변경되는 것일 뿐, 연차별 계약과 별도로 총괄계약(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의 내용을 변경하는 계약이 따로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계속공사계약에 있어서의 이른바 총괄계약은 전체적인 사업의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관하여 잠정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계약상대방이 연차별 계약을 협의하여 체결할 지위에 있다는 점과 그 계약의 규모는 총괄계약을 일응의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관한 합의라고 보아야 하므로, 총괄계약의 구속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연차별 계약마다 경쟁입찰 등 계약상대방 결정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가 없다), 계약이행의사의 확정(정당한 사유 없이 연차별 계약의 체결을 거절할 수 없고, 총공사내역에 포함된 것을 별도로 분리발주할 수 없다), 계약단가(연차별 계약금액을 정할 때 총공사의 계약단가에 의해 결정한다)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총괄계약은 그 자체로 총공사금액이나 총공사기간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각 연차별 계약의 체결에 따라 연동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장기계속계약의 당사자들은 총괄계약의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을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잠정적 기준으로만 활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보이고, 연차별 계약에 부기된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 그 자체를 근거로 하여 공사금액과 공사기간에 관하여 확정적인 권리의무를 발생시키거나 구속력을 갖게 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총공사기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늘어난 공사기간에 대한 간접공사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소영, 조희대, 김재형, 노정희 대법관은 "장기계속공사계약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이나 계약조건의 해석이 불분명하다면 이러한 법령과 계약조건을 정한 국가가 이로 인한 불이익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부기한 총공사기간에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가 관련 법령과 계약조건에 명확하지 않다면 계약상대방인 원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구속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법무법인 율촌이 건설사들을, 서울시는 법무법인 동인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