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시험 종료 후 답안 파일 USB에 저장했어도 부정행위 단정 불가"
[행정] "시험 종료 후 답안 파일 USB에 저장했어도 부정행위 단정 불가"
  • 기사출고 2018.11.03 10: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지법] "답안 '작성'과 '저장'은 달라"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여 그 파일을USB(이동식 저장장치)에 저장하고 그 출력물과 USB를 함께 제출하는 시험에서 USB 저장시간이 시험 종료 2분, 4분 후로 밝혀졌더라도 부정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저장'과 '답안 작성'은 다른 것으로 저장시간이 시험종료 후라도 답안 작성마저 시험종료 후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는 10월 26일 교육전문직원 임용 전형에서 불합격한 고교 국어 교사 김 모씨가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며 대구광역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22038)에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의 국어 교사인 김씨는 2017년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실시한 중등 교육전문직원(장학사 · 교육연구사) 임용 전형에 응시했다가 불합격하자, "합격처분을 받은 A씨 등 (같은 국어과에서) 응시자 2명이 시험 시간이 종료한 이후에 USB에 저장된 파일을 최종 수정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두 사람이 시험 종료 후에 답안을 작성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두 사람의 시험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2017년 6월 30일 실시된 '기획안 작성과 정보 활용 능력 평가'시험은 시험장에 비치된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한 뒤 응시자가 해당 파일을 USB에 저장하여 공용 프린터 1대가 설치된 지정 컴퓨터에 그 USB를 연결하여 답안을 출력한 다음 감독관에게 USB와 출력 문서를 함께 제출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시험 종료 후엔 답안을 작성하면 안 되기 때문에 USB 저장시간이 시험 종료 후로 밝혀진 경우  답안도 시험종료 이후에 작성한 것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 

이 시험엔 모두 35명이 응시했으며, 김씨가 문제를 제기한 국어과의 응시자 2명을 비롯하여 총 13명(그중 12명이 원고가 속한 제1고사장의 응시자들임)의 응시자가 시험이 종료(17:20)한 이후의 시간에 답안 파일을 USB에 저장한 것으로 밝혀졌고, 가장 늦은 응시자의 저장시간은 17:29이었다. 김씨가 문제를 제기한 응시자 2명의 USB 마지막 저장시간은 17:24, 17:22.

대구시교육청은 이와 관련, "USB의 불량이나 전자적 오류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응시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전형 당시 공개전형 관리위원회가 '시험 종료 후 답안의 작성은 불가능하나, 그 답안 파일을 출력하기에 앞서 USB에 제대로 저장되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라는 시험관리 원칙을 정하고, 이를 응시자들에게 안내하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피고의 설명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사회통념상으로도 시험의 운영방법 등에 부합하며, 응시자들의 문답서와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내용과도 대체로 일치하므로, 이를 충분히 수긍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원고의 주장처럼 피고가 미리 응시자들에게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시험에 앞서 응시자들에게 배포한 '정보활용평가 문항'에 의하면, 답안의 '작성'과 '저장'은 분명히 구별되고, 유의 사항에서 '작성파일을 USB에 수시로 저장'할 것을 안내하고 있으므로, 원고를 제외한 다른 응시자들이 시험 종료 후에 답안 파일을 USB에 저장한 행위를 부정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다른 응시자 2명이 시험 종료 후에 답안 파일을 USB에 저장하는 행위는 공무원임용시험령 51조 2항 2호에서 정한 '시험 종료 후에 답안을 작성하는 행위'로 볼 수 없고, 그 밖에 이들이 시험 종료 후에 답안을 작성하는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한 합격처분과 김씨에 대한 불합격처분은 모두 적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원칙적으로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행정청에 있으나, 행정청인 피고로서는'두 응시자가 시험 종료 후에도 계속하여 답안을 작성하였다'는 특정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에 가까운 반면에 두 응시자에 대한 합격처분과 원고에 대한 불합격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원고가 그러한 특정 사실의 존재를 주장 · 증명하는 것은 보다 용이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은 입증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원고로서는 적극적으로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하고, 반면에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피고로서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부정행위의 존재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