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은 '박기후인', 이종석 재판관의 헌법관
좌우명은 '박기후인', 이종석 재판관의 헌법관
  • 기사출고 2018.11.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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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논리 극복,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기를"

이종석(57)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어릴 때부터 당연히 법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랐다고 한다. 그의 성품이나 가치관이 법관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구한말 대과에 급제하셨던 증조부의 주손으로서 부모님과 친척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고 9월 17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소개했다.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경청, 신중한 판단 중시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다양한 재판과 사법행정업무를 담당한 그가 재판에 임하는 자세는 당사자의 주장을 최대한 경청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것. 이 재판관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재판을 함에 있어 이념에 치우치거나 형식적 법리에 집착하기보다는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판결을 함에 있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과 판결이 사회와 국민에 미칠 영향을 여러 시각에서 신중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법관으로서 가지고 있는 좌우명은 '박기후인(薄己厚人)'.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다'는 뜻으로 선비정신의 근본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는 "지금도 우리 국민이 원하는 법관은 좁은 시야를 가진 오만한 수재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끊임없이 회의하는 겸손한 사람이라는 어느 변호사의 말씀을 잊지 못한다"며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이와 같은 자세를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재판관은 10월 18일 열린 취임식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정치적 · 이념적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경제 · 성별 · 지역 · 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선언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통합될 수 있도록 조화와 화해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단점이 '절대주의적 사고방식을 뒷받침하는 흑백논리'라며 "헌법재판이 흑백논리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는 게 이 재판관의 진단이다. 그는 청문회 발언에서 "과거에는 민주화가 우리의 절대적 과제였다면 민주화가 어느 정도 달성된 지금에 있어서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빈부차이, 세대갈등, 정치적 이념에 따른 갈등,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 정보화 사회의 부작용, 환경오염 그리고 남북관계 등을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로 꼽았다. 그는 "하지만 이런 과제들은 우리가 더 나은 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진통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 속에 헌법재판소가 위치하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역할이 헌법재판소에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석부장만 네 번 역임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 재판관은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 두 차례의 서울고법 수석부장, 수원지법 수석부장 등 수석부장만 네 번 맡았으며,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과 수원지법원장을 역임, 사법정책과 사법행정업무에도 경험이 있다.

특히 2012년부터 2년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 때가 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가장 보람을 느겼던 시기 중 하나라고 한다. 그는 청문회에서 "(이때) 패스트트랙을 도입하여 신속하게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웅진그룹, 동양그룹 등 대기업 회생사건을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진행하였고 중소기업을 위한 회생컨설팅 제도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서민들의 개인파산, 회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등을 새로이 도입하였다"며 “미력하나마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과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재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청문회 답변으로 본 이 재판관의 헌법관.

◇자유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헌법 119조 1항과 2항의 내용으로 봤을 때 1항 자체가 자유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다고 했으니까 일단 우리나라의 경제는 기본은 자유시장경제이고, 다만 그에 못지않게 경제민주화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경제정책을 수립해서 집행하는 데 있어서 경제민주화를 어느 정도 또 어떤 정책을 어느 정도 추진할 것인가 하는 것은 후보자로서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

◇동성애 · 동성혼=동성애와 동성혼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된다고 본다. 동성애는 어쨌든 개인적인 성적 취향에 관한 문제니까 개인의 자유 영역에 맡겨 두고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닌가, 다만 동성애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든가 사회적으로 다른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군 조직이라는 특별한 어떤 특수성 같은 것도 고려대상 중의 하나가 아닌 가 생각한다.

동성혼에 관해서는 몇 년 전에 서부지방법원에서 있었던 결정과 같은 입장이지만, 동성애는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문제이지만 동성혼은 어쨌든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 사회제도가 있는데 (결혼이) 가장 중요한 제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에 좀 다른 차원에서 생각을 한다. 결혼이라는 것은 결국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동성혼은) 결혼에 해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것 역시 어떤 시대의 변화나 국민들의 인식 변화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된다.

◇국가보안법=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 자체가 국가의 존립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이런 것들로 굉장히 우리 대한민국으로서는 지켜야 될 가치 중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개편 문제나 폐지 문제나 개정 문제 등에 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형제=(사형 집행을 안 하는 행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질문에) 결국 집행할 것인지의 여부, 권한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지금만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이 갖고 있는 어떤 개인적인 신념이나 이 부분을 평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결국은 사형제도의 폐지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형제도가 흉악한 범죄의 발생을 막는 위하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실증적으로 검증이 됐으면 좋겠고, 그다음은 국민들의 법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은 흉악범죄가 생길 때마다, 특히 요즘 흉악한 살인범죄, 성범죄 또는 아동에 대한 범죄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높은 형을, 그중에 가장 극형인 사형까지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런 국민들의 감정 역시 사형제 폐지 문제의 굉장히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재판소원=최근에도 재판소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해서 합헌 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정이나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법원의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 97년도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행정소송을 담당할 때도 이 수도권 규제로 인해서 결국 그 지역 주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수차 확인한 바 있다. 지역민들의 각종 권리 보호와 또 규제를 통해서 달성하려고 하는 환경보호라든가 국가 전체의 이익이나 이런 것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