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재판관'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헌법관
'준비된 재판관'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헌법관
  • 기사출고 2018.11.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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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재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바른미래당 추천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된 이영진 재판관(57)은 대학, 대학원에 다닐 때부터 헌법학에 관심을 갖고 기본권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한 '준비된 헌법재판관 후보'였다고 부를 수 있다. 대학시절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 보장에 충실한 미국의 판례에 매료되었다는 이 재판관은 판사가 된 후에도 헌법학 연구를 계속하여 1998년 모교인 성균관대 법대에서 헌법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2년 동경대로 연수를 가 일본의 헌법판례와 이론을 공부하고 일본 사법연수원에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제도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성균관대 헌법학 박사

25년간 법관으로 봉직한 그가 재판에 임하는 자세는 당사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따뜻한 재판, 인간미 있는 재판을 하고 단순히 법리만을 추종하는 형식적인 재판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 이 재판관은 취임사에서도 "맡은 사건에서 형식적인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보수와 진보의 분류를 넘어, 시대정신을 탐구하여 중립성과 균형감각을 갖춘 재판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충남 홍성 출신인 이 재판관은 제32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해 1993년 판사로 임용되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의 삶을 그린 영화 <자백>의 실제 주인공인 김승효씨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바로 이 재판관이다. 이 재판관은 이 사건에서 "영장 없이 체포되어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받은 자백은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얻어낸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김승효씨에 무죄 판결

또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옥살이를 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의 재심을 맡아 40년만에 무죄를 선고한 사람도 이 재판관이다.

이 재판관은 국회 청문회 답변에서 사형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97년부터 사형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집행을 하지 않아서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고도 하는데, 찬성론 측, 반대론 측 모두 타당한 논거가 다 나름대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입법정책적으로 국회에서 국민의 여러 사회적 합의를 잘 모아서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형제가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고 또 극악무도한 흉악범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다만 오판의 가능성 또 정치 관련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좀 신중해야 돼서 구별해서 생각하면 어떤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법시험 부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재판관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때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서 도입했으니까 일단 로스쿨 체제로 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 다시 사법시험 제도를 부활해서 하는 것은 또 옛날의 논의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시험 부활 논의의 주장을 로스쿨 제도에 포섭, 포함시킬 수 있는 과정을 검토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 재판관은 2003년도에 로스쿨 제도 도입 등의 과제를 다룬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동성애 · 동성혼=동성애는 일단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이고 우리 전통적인 생활과 문화의 방식과 많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가치관의 다양화로 인해서 동성애 주장자들이 차별받고 있다라는 그런 고민이 많이 거세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국민 다수의 의견이라든가 이런 것을 감안하면서, 또 기본권적으로 그 사람이 성적 소수자라면 고통을 받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런 것을 조사해서 법이 보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성혼 문제는 동성애에서 나아가서 우리 결혼제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립해 온 가족제도라든가 또 헌법상의 규정이라든가 여러 제도를 바꿔야 되기 때문에 그 인정 여부에 관해서는 더욱더 신중하게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낙태=이것도 찬반이 많은데 여성의 자기결정권 또 태아의 생명권 보장이 충돌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낙태로 처벌되는 의사들도 지금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입법정책적으로, 또 외국의 사례를 보면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이런 법들도 있던데 그런 것을 참조해서 입법정책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모아서 결정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북한=북한은 우리 헌법과 판례에서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통일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할 동반자적 관계에 있지만 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려는 경우에는 반국가단체적인 성격도 같이 있다고 생각한다.

◇4 · 27 판문점선언 비준=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나 우리 헌법 60조에 국가나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많이 지우는 조약이라든가 또는 안전보장에 관계되는 조약은 비준을 얻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요건에 맞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를 봐 가면서, 국회에 비준동의권이 있으니까 국회에서 여러 가지 점을 종합해서 정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군사법원=오래전부터 군사법원제도가 있고 그에 대한 개선 논의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전시 ․ 평시를 구분하지 않고 군사법원제도를 인정해 왔는데 일부 논문이나 자료를 보면 평시에는 일반 민간법원에서 관장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의견이 많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공감한 바가 있었다.

◇군복무 가산점 제도 부활=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젊은 청춘을 바친 제대군인들에 대해서 국가가 일정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그 가산점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적정한 점수가, 퍼센트가 있는 건지 도출해낼 수 있으면 슬기롭게 제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군대를 가지 않은 여성, 출산한 여성, 장애인에 대해서 차별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 점도 감안해서 국민의 여러 여론을 종합해서 슬기롭게 꼼꼼한 설계가 필요할 것 같다.

◇대체복무=대체복무자들에 대한 근무기간이라든가 환경을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인데, 군대에 가서 청춘을 바친 사람들과 형평성을 맞춰서 제도를 설계하되 지나치게 기간을 오래 한다든가 아주 위험성이 많은 곳에만 근무하게 한다든가 하면 그분들에 대한 차별이 되고 또 처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합리적인 설계가 필요하고, 군대에 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손쉽게 대체복무제를 택할 수 있는, 회피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절차를 둬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영세한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 임대차보호법의 개정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의 권리가 많이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된다. 양측의 권리를 잘 조정하면서 영세상인의 권리가 잘 보호될 수 있는 방향으로 촘촘한 입법 설계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