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어린이집 보육료로 남편에 허위 급여 준 원장…횡령 무죄"
[형사] "어린이집 보육료로 남편에 허위 급여 준 원장…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18.10.23 00: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보육료는 어린이집 소유…위탁한 돈 아니야"

어린이집 원장이 영유아 보육료로 남편이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근무한 것처럼 꾸며 급여를 주고 아들의 휴대전화 요금을 내주었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유아 보호자들로부터 지급받은 보육료는 일단 어린이집의 소유로 되고, 영유아 보호자들이 목적과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한 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최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통영시에서 어린이집  2곳을 운영하는 A(42)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781)에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국가와 경상남도 및 통영시로부터 기본보육료와 기타지원금을, 어린이집에 등록한 영유아의 보호자들로부터 보육료와 기타 필요경비를 각각 지급받아 어린이집 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들을 통하여 보관하고 있던 중, 남편 B씨가 사실은 어린이집 운전기사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1월 26일 B씨의 급여 명목으로 70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그때부터 2013년 8월 27일까지 28회에 걸쳐 1510만원을 B씨의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고, 2010년 8월경부터 2013년 9월경까지 142회에 걸쳐 377만여원을 B씨의 4대 보험료 명목으로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3년 6월까지 22회에 걸쳐 아들의 휴대전화 요금 95만여원을 대신 내준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사는 이들 돈이 국가, 경상남도, 통영시, 영유아 보호자들 소유라고 보고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영유아보육법 34조, 34조의2에 따라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보육이나 양육 또는 무상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원하는 것과 36조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보육사업에 드는 비용을 보조하는 것은 서로 구분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영유아보육법 34조의3 1항, 3항,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35조의3 1항에 따라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보육서비스 이용권을 발급해주어 그 보호자가 이를 어린이집에 제시하고 결제하여 사용한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사용한 금액에 해당하는 비용을 해당 어린이집에 지급하여야 하는데, 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영유아보육법 34조 1항에 따라 영유아의 보호자에게 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서, 보육서비스 이용권의 사용에 따른 보육료를 교부받은 자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아니라 영유아의 보호자"라고 전제하고, "영유아보육법에서 정하고 있는 어린이집의 영유아 보호자들이 납부한 보육료와 필요경비는 정해진 목적 · 용도에 사용될 때까지 영유아 보호자들이 소유권을 유보한 채 어린이집을 설치 · 경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나 경영자에게 목적과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한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법인이나 경영자가 이를 납부받음으로써 일단 그 소유로 되고, 다만 그 수입은 관련법령에 따라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인이 영유아 보호자들로부터 지급받은 보육료와 필요경비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이를 지급받음으로써 일단 피고인의 소유로 되고, 영유아 보호자들이 목적과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한 금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반면에, 피고인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부받은 보조금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2조 1호에 정한 보조금에 해당하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집의 설치 · 운영에 필요한 범위로 목적과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한 금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어린이집 명의로 개설한 예금계좌에는 피고인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부받은 보조금 외에, 피고인이 영유아 보호자들로부터 보육료와 필요경비로 지급받아 피고인의 소유로 된 금원, 차입금 등 다른 성격의 금원이 혼화되어 있고, 그 결과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 보조금은 일반 자금과 혼화되어 특정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고인이 이와 같이 어린이집 명의의 예금계좌에 보관되어 있는 자금을 일부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목적과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한 금원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횡령죄의 객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영유아 보호자들로부터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보육비용 지원을 위하여 영유아 보호자들에게 보육서비스 이용권으로 지급되는 '아이사랑카드'로 보육료를 결제받았고, 현금이나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그 밖의 필요경비(보육료에 포함되지 않는 현물의 구입비용과 통상적인 보육프로그램에 속하지 않는 특별활동 · 현장학습 등에 필요한 실비 성격의 비용)를 지급받았다. 또 어린이집의 운영을 위하여 국가와 경상남도 및 통영시로부터 기본보육료(보육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보조금)와 기타지원금(급간식비, 냉 · 난방비 등) 등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