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목줄 풀린 개 피하다가 '꽈당'…개 주인에 벌금 200만원
[형사] 목줄 풀린 개 피하다가 '꽈당'…개 주인에 벌금 200만원
  • 기사출고 2018.10.20 08: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애완견 주시 등 소홀히 한 과실 있어"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이 목줄이 풀린 개를 피하려다가 넘어지면서 다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재판장 안동범 부장판사)는 9월 20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개 주인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1514)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9월 8일 오후 4시쯤 서울 서초구에 있는 공원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갔다가 배변을 위해 잠깐 목줄을 풀어놨다. 그때 인근을 산책하던 고령의 B씨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A씨의 애완견을 피하려다가 넘어져 전치 8주의 오른쪽 대퇴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되자 항소했다.

A씨는 "나의 애완견은 크기도 작고 평소 공격적인 성격이 아니었으며 이 사건 발생 장소는 '공사중' 팻말이 있어 인적이 드문 곳이었기 때문에 목줄을 풀어놓더라도 누구를 다치게 하는 일이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원에서 애완견의 목줄을 풀어 놓고 애완견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하였는데, 애완견을 동반하여 산책을 하는 피고인에게는 애완견이 타인을 물거나 달려드는 등 피해를 주자 않도록 목줄이나 입마개를 착용시키고 애완견을 주시하는 등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 갑자기 피고인의 애완견이 달려오자 겁이 나서 피하려고 하다가 발에 걸려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데, 목줄이나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애완견이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이를 피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사건 발생장소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지 왕래가 가능한 장소였고 애완견의 평소 성향을 만연히 신뢰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애완견에 목줄을 하거나 애완견이 타인에게 달려들지 못하도록 주시하였어야 하는 주의의무가 인정됨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B씨가 나의 애완견으로 인해 넘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에 걸려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 즉시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피고인에게 피고인의 애완견으로 인하여 쓰러진 것이라고 항의한 바 있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애완견을 피하려다가 넘어지게 되었다고 인정되는바, 비록 피해자가 고령이고 당황한 나머지 스스로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중한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 보상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원서 부당하고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