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고인만 항소했는데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 추가하면 불이익변경금지 위반"
[형사] "피고인만 항소했는데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 추가하면 불이익변경금지 위반"
  • 기사출고 2018.10.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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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벌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신체적 자유 제한"

피고인만 항소한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이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추가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이 형벌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368조에 따르면,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0월 4일 폭행과 모욕, 군인등강제추행, 군용물손괴,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육군 대위 출신 A(30)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5961)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5년 10월 육군 보병사단 소속 대위의 신분으로 저지른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되어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A씨와 검찰관 모두 항소했는데, A씨는 고등군사법원에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으나, 검찰관은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은 A씨가 2015년 12월 예비역으로 전역했다는 이유로 군사법원법에 따라 신분적 재판권이 인정되는 군용물손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부산고법으로 이송했다. 사건을 이송받은 부산고법에선 2016년 9월 이송받은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병과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A씨의 군용물손괴 혐의는 이보다 앞선 2016년 7월 고등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어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찰관은 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기재하지 않았고, 원심으로 이송되기 전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한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않은 것"이라며 "고등군사법원으로부터 이송받은 원심(항소심)에서 검사가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주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송 전 검찰관이 적법한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않았고, 소송행위의 효력이 원심에도 미치므로, 실질적으로 피고인만이 항소한 경우와 같게 되어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의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이를 개별적 · 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아닌지를 보아 판단하여야 한다"며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병과하는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은 이른바 범죄인에 대한 사회내 처우의 한 유형으로서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만, 의무적 강의 수강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의무적 이수를 받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되므로, 원심이 1심판결에서 정한 형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면서 새로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병과하는 것은 전체적 · 실질적으로 볼 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판결에 대하여, 분리된 항소심 판결(고등군사법원 판결)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 확정 후 원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병과하였다"고 지적하고, "결국 1심판결을 원심판결과 분리된 항소심 판결을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보면, 집행을 유예한 징역형의 합산 형기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새로 수강명령을 병과한 것은 전체적 · 실질적으로 볼 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1심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2심은 모두 합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이 되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