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있는 아파트 등을 팔아 11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두었는데도 양도소득세를 단 1400만원만 납부하고 가산금을 포함해 11억원이 넘는 세금 대부분을 체납한 전업주부가 법무부의 출국금지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10월 4일 전업주부 박 모씨가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74283)에서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씨는 2002년 9월 자신의 명의로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매입가 4억 4000만원)를 2009년 3월 9억 6300만원에 양도한 것을 비롯하여 2009년도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중 일부를 팔아 2009년도 귀속 양도소득세 6억여원을 고지받았다. 위 아파트를 포함해 당시 박씨가 판 부동산들의 총 양도가액은 26억 7100만원. 박씨는 2010년에도 서울 강남구에 있는 또 다른 아파트(2002년 3월 매입, 매입가 3억 5800만원)를 9억 4000만원에 팔아 2010년도 귀속 양도소득세 9000여만원을 고지받았다. 박씨는 2014년 7월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빌라를 공매로 양도, 2014년도 귀속 양도소득세 22만 9300원도 고지받았다.
박씨가 고지받은 양도소득세는 6억 9000여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박씨는 2017년 7월까지 이중 약 1400만원만 납부했으며, 장기간 체납으로 4억 9800여만원의 가산금이 붙어 2017년 10월 기준 체납액이 11억 9000여만원까지 늘어났다.
이에 국세청이 "박씨가 국세체납액 납부 의지가 없고 본인과 가족의 출입국 내역이 빈번해 은닉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가 있다"며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2016년 5월 박씨에게 6개월의 출국금지 처분을 내린 이후 6개월마다 순차적으로 출금 기간을 연장한 데 이어 2018년 5월 다시 출국금지기간을 11월까지 6개월 연장하는 처분을 내리자, 박씨가 소송을 냈다. 박씨는 국세기본법 85조의5 1항에 따라 명단이 공개된 고액체납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박씨는 "부동산 처분 대금을 생활비, 대출금 상환 등에 모두 사용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수 없었고,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킨 적이 없으며, 해외에는 가족여행 목적으로 몇 차례 나갔을 뿐인데 거주 ·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출국금지기간을 연장한 처분의 취소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는 자신의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 등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뒤 그에 따라 납부 고지된 양도소득세를 체납하고 있는데, 원고가 처분한 아파트 2채의 양도차익만도 11억원에 이르는 등 원고가 부동산의 양도를 통하여 상당한 양도차익을 실현하였음을 알 수 있고, 양도소득세는 이와 같이 실현된 이익에 관하여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이를 납부하지 못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원고는 양도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아니하였고, 체납 후 납부한 세금은 11억원을 초과하는 전체 체납액의 1%를 근소하게 상회하는 1400만원 가량에 불과하며, 그나마 2013년 4월경 이후로는 전혀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집행 가능한 원고 명의 재산이 파악된 바도 없는 상태라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는 국세 납부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되고, 향후 강제집행 등을 통한 조세채권의 실현도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자녀는 2000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장기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계속한 점, 원고가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2010년경 또 다른 자녀 2명은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하기에는 부족한 연령으로 학생 신분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와 가족은 서울 강남구 두 곳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교육비나 주거비용, 생활비 등으로 소요되는 비용만도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뿐만 아니라 원고가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후에도 원고와 가족들은 관광 등의 목적으로 빈번하게 해외 출국을 하였으며, 원고의 국세 체납 전후로 원고와 가족들의 생활수준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가 부동산을 처분하여 얻은 양도차익을 비롯한 원고의 재산을 은닉하였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원고는 사업을 했던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 4명을 두고 있다.
재판부는 또 "2010년경부터 2014년경까지의 기간 동안 원고와 가족 구성원 중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을 얻은 사람은 없는 반면, 원고 가족의 생활비 등으로 소요되는 금원이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와 가족들의 해외여행에 소요된 자금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고, 더욱이 원고의 자녀들 중 2명은 현재 미국에 생활근거를 갖고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원고도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이 취소되면 미국에 거주하는 자녀를 만나러 가려고 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을 취소할 경우 향후 원고가 출입국을 통해 국내의 은닉재산을 자녀가 거주하는 해외에 도피하는 방법 등으로 과세관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원고가 5000만원 이상의 국세를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출국을 이용하여 재산을 해외에 도피하는 등 과세관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박씨가 출국을 이용하여 은닉재산을 해외 도피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하에 박씨에 대한 출국금지기간을 연장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법무부는 5000만원 이상의 국세 · 관세 또는 지방세를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납부기한까지 내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