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주행 중 그랜저 엔진룸 화재…현대차에 배상책임 인정
[손배] 주행 중 그랜저 엔진룸 화재…현대차에 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18.10.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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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법] "차량 결함으로 사고 발생 추정"

주행 중인 그랜저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며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2016년 12월 24일 오후 1시 30분쯤 충남 아산시의 한 도로를 달리던 A씨의 2011년식 그랜저 HG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조사한 아산소방서는 엔진룸에서 펜더, 전면유리, 대시보드 상부 부분으로 연소 확대가 발견된 점 등으로 보아 차량 엔진룸 우측(운전석 쪽) 부근에서 최초 발화하여 진행된 화재로 추정했으나, 전체적으로 소실 정도가 심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이에 A씨가 보험에 든 한화손해보험이 A씨에게 자차(자기차량손해) 보험금 1348만원을 지급한 뒤 차량에 결함이 있었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안재천 판사는 10월 5일 이 소송(2017가소496822)에서 "차량에 있는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고 판시하고, "현대차가 한화손해보험에 134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증명책임 완화' 법리 유추적용

안 판사는 "이 사건과 같이 제품의 제조업자가 매도인의 지위를 겸하는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에서의 결함과 하자담보책임에서의 하자는 그 책임 영역을 달리함에 따라 용어를 달리하고 있을 뿐 그 실질은 동일하고, 제조물책임과 민법상 담보책임의 성립요건이 각각 상이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확대손해는 제조물책임에 의하고 결함제품 자체의 손해는 담보책임에 의하여 처리한다면 소송당사자들이 주장 · 입증해야 하는 책임요건이 각각 상이하게 되어 이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게 된다"며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하자담보책임에도 제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가 유추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하자담보책임에서 제조물 책임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가 유추적용되는 경우, 매수인이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정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와 같은 증명이 있는 경우에 제조업자 측에서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판사는 "피고회사의 A씨의 차량에 대한 보증수리기간은 5년인데, 이 차량은 사고 당시 출고된 지 5년이 약간 넘은 정도이고, 차량에 관하여 출고 후 별도의 개조나 튜닝이 이루어진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차량에 관하여 2015년 4월 20일 자동차정기검사가 있었고, 이어 2016년 4월 11일 커플링 교환, 사전점검, 같은해 8월 13일 엔진오일 교환 등의 수리, 정비가 있었으며, 2016년 12월 7일 있었던 차량 점검 결과 타이어 밸런스, 타이어 얼라인먼트, 엔진오일 등에 관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안 판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고 차량 출고 후 동일한 시기에 출고된 동종의 차량들에 관하여 "차량 엔진 생산 공정에서 크랭크 샤프트 오일 홀 가공 시 청정도 문제로 인한 비정상 엔진소음 현상을 발견했다"는 이유를 들어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안 판사는 "차량은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차량 운전자의 주기적인 점검, 정비에도 불구하고 피고회사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는 영역이라고 봄이 상당한 자동차의 엔진룸 내부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에는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 ·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결함(하자)이 있었고, 그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차량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현대차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소명이 한화손해보험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