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선처 받을 수 있다"며 공탁금 4200만원 받아 1200만원만 공탁한 변호사, 사기죄 유죄
[형사] "선처 받을 수 있다"며 공탁금 4200만원 받아 1200만원만 공탁한 변호사, 사기죄 유죄
  • 기사출고 2018.10.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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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망행위 해당"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을 수 있다"며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의뢰인의 가족으로부터 공탁금 명목으로 4200만원을 받은 후 이 가운데 1200만원만 공탁한 변호사에게 사기죄 유죄가 인정됐다.

평택시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A(42)변호사는 2016년 2월 4일경 브로커 C씨로부터 서민전세자금 418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울산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B씨 사건을 소개받아 B씨의 부인과 착수금 3000만원에 수임계약을 체결하고 그 중 2000만원을 B씨의 부인으로부터 직접 지급받았다. 나머지 1000만원은 B씨의 부인이 C씨로부터 받아야 할 1000만원의 대여금 채권을 양수받아 C씨로부터 지급받기로 했다.

A변호사는 B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2016년 6월 10일경 B씨의 부인에게 "B씨의 사기 사건 피해금 4200만원 전액을 공탁하면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을 수 있으니, 공탁금을 마련해주면 1심 판결 전에 전부 공탁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B씨의 부인으로부터 일주일 후인 6월 17일 공탁금 명목으로 4200만원을 A변호사의 이종사촌 여동생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로 입금받았다. 5일 후인 6월 22일경부터 7월 1일경까지 4200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인출한 A변호사는 그러나 B씨의 사기 사건 변론종결일인 7월 19일부터 1심 선고일인 8월 11일까지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1200만원만 공탁하고, 나머지 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8월 11일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B씨는 선고 당일 판결문을 받아본 후 1200만원만 공탁된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형과 부인을 통해 A변호사에게 항의했다. 이에 A변호사는 3~4일 후 B씨의 형이 알려 준 B씨 부인의 계좌에 공탁하지 않은 나머지 3000만원을 입금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B씨의 부인이 중간에서 소개료를 받은 C씨를 고발하겠다고 하였고, C씨가 고민하다가 스스로 검찰을 찾아가 사실을 알리고 자수했다. 이후 A변호사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다.

A변호사는 B씨 사건을 소개해 준 C씨에게 그 대가로 C씨의 B씨 부인에 대한 1000만원의 대여금 채무를 면제해 준 혐의(변호사법 위반)와 실제 수령한 수임료보다 낮은 금액으로 선임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임료 2억 2570만원을 누락하여 2015년 귀속 종합소득세 · 지방소득세 7600여만원과 부가가치세 32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공탁금과 관련한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변호사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A변호사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탁금 관련 사기와 관련, "피고인은 변론종결일에 피해금액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공탁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였고, 이 말을 법정에 있었던 B씨도 모두 들었는바, 4200만원 중 일부만 공탁하고 나머지를 편취하려고 했다면 이러한 변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탁금 관련 사기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4200만원을 지급받을 당시 전액을 공탁할 의사가 없었다"며 "만일 피고인이 그 당시 전액 공탁의사가 있었다면 이종사촌 명의의 계좌로 이를 송금받아 이종사촌으로 하여금 600만원씩 7회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하여 이를 보관하도록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으면 세무조사를 받을 때 소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차명계좌로 수금하였다는 취지로 변소하나, 공탁금은 과세대상이 아니므로 거래내역에 이를 명시하여 자신의 계좌로 수금한 다음 수표로 인출하여 공탁하면 세무조사에 대한 소명으로 충분하므로, 굳이 차명계좌로 입금받아 현금으로 인출하여 보관하는 번거로움을 택하거나 그에 따른 분실 · 도난의 위험 등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돈이 입금된 다음날 계좌 명의인인 사촌 여동생에게 '합의금인데 최소로 쓰면 오빠에게 남는게 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최소한의 금액만 공탁하고 나머지를 영득하고자 하는 의사를 드러내는 등 공탁 후 남은 금액은 자신이 영득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B씨 외에도 공범이 4명이 더 있었고, B씨에 대한 사기 사건이 형법 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B씨가 책임질 부분만 공탁해도 집행유예의 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아 일부만 공탁하고 집행유예의 형을 받으면 B씨에게도 이득이고 자신도 나머지 금원에서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부만 공탁하였다고 변소하나, 우선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일부 공탁 후 남은 금원에서 성공보수금을 가져갈 의사였음에도 이를 숨긴 채 4200만원 전액을 공탁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다면, 그 자체로써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도 9월 13일 "피고인이 4200만원 전액을 공탁금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공탁금으로 4200만원을 교부받아 그 중 1200만원만 공탁하고, 나머지 3000만원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하고, 다만 일부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8도3613).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