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부티크 로펌
갈수록 늘어나는 부티크 로펌
  • 기사출고 2006.07.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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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의뢰인 맞춤 경영 등 장점 많아다국적네트워크 잇단 가동…자체인프라 구축
얼마 전 호주에서는 대형 로펌인 '필립스 폭스(Phillips Fox)'와 '헌트 앤 헌트(Hunt & Hunt)'의 파트너들이 대거 이탈하여 부티크 로펌(Boutique Law Firm)을 설립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부티크 로펌이란 주로 하나나 둘의 한정된 법률분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로펌을 말한다.

미국의 '크라벳 스와인 앤 무어러(Cravath, Swaine & Moore)'와 같은 거대 로펌이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부티크 로펌이라 자칭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일반적으로 부티크 로펌이라 하면 중형, 혹은 소형의 전문 로펌을 말한다.

법률시장의 국제화가 진행됨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합작, 합병을 통한 로펌의 몸 부풀리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기세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티크 로펌이다.

전문 분야에 한해 대형 로펌에 맞설만한 경쟁력과, 소규모 로펌 특유의 장점을 앞세운 부티크 로펌은 영미 위주의 대형 로펌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법률시장의 세계화에 신선한 반기를 들고 있다.

앞으로 어중간한 규모의 로펌은 모두 도태되고, 미래의 세계 법률시장은 글로벌사이즈 로펌(Global Size Law Firm)과 부티크 로펌으로 양분되리라는 분석 조차 대두되는 실정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많은 파트너들이 대형 로펌을 떠나 부티크 로펌에 합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 중 많은 수는 변호사를 '고용인' 취급하는 대형 로펌의 분위기와 기업자문(Corporate Support) 위주의 업무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다.

부티크 로펌만이 갖는 메릿에 이끌린 사람들의 숫자 또한 만만치 않다.

부티크 로펌의 장점이라면 우선 전문성일 것이다.

부티크 로펌이 주로 집중하는 분야는 ▲기업 인수 · 합병(M&A) ▲금융(Finance) ▲보험(Insurance)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소송(Litigation) ▲운송(Shipping) ▲노동/고용(Employment) ▲환경(Environment) 등 꾸준하고 폭넓은 의뢰가 보장되는 분야들이다.

전문분야에 있어 부티크 로펌의 경쟁력은 결코 대형 로펌에 뒤지지 않는다.

미국의 소송전문 부티크 로펌인 '발트릿 벡허만 팔렌차 앤 스캇(Bartlit Beck Herman Palenchar & Scott)'의 경우 GM(General Motors), 시얼스(Sears),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와 같은 블루칩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엘 고어 전 대통령 후보 사이의 소송을 대리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독립성, 현지화, 의뢰인에 맞춘 유연한 경영, 그리고 대형 로펌에 비해 저렴한 가격 또한 부티크 로펌의 장점이다.

부티크 로펌의 단점으로는 우선 명성이 퍼지기까지 일정한 수임료를 올리기 힘들다는 점과, 한 분야에만 집중했을 때 따르는 수입의 불안정함 등이 있다.

때문에 부티크 로펌 중에는 다른 로펌과 합병하거나 취급 분야를 늘림으로써 부티크(Boutique)로서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로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더 많은 숫자의 부티크 로펌들이 생겨나고 있다. 또 앞으로도 이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에 들어 부티크 로펌들은 전국적(National), 다국적(International) 규모의 로펌이 가진 인프라에 맞서 자신들만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1년 유럽의 부티크 로펌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노동로펌연합(ius laboris alliance of labor law firms)'은 전세계 21개국의 72개 도시에 흩어진 부티크 로펌들을 규합하며, 회원들에게 복수의 사법권(Multi-Jurisdiction)에 관계된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필요한 지식과 업무처리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03년에 미국에서 결성된 '부티크 로펌의 다국적 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Boutique Law Firms, INBLF)'는 미국 내 모든 주요 도시에 위치한 부티크 로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INBLF는 조만간 유럽과 남아메리카로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티크 로펌의 전 세계적인 인프라 구축 현상은 부티크 로펌의 득세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복잡한 기업소송이나 여러 이슈가 혼합된 사건을 다루기 위해선 대형 로펌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높은 수임료와 기업자문 위주의 정책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별화된 가격과 전문성을 앞세운 부티크 로펌은 의뢰인과 변호사, 양쪽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법과대학원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법과대학원을 나왔습니다.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 국제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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