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반대 방향에서 타야 빨라" 승객 하차시킨 택시기사에 자격정지 30일 정당
[행정] "반대 방향에서 타야 빨라" 승객 하차시킨 택시기사에 자격정지 30일 정당
  • 기사출고 2018.10.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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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승차거부 해당"

택시에 탄 여성 승객에게 "반대 방향이라 건너가 타는 게 빠르다"고 말해 하차하게 한 택시기사에게 자격정지 30일의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승차거부'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9월 20일 회사 택시 운전기사인 김 모씨가 "택시운전 자격정지 30일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3523)에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8년 3월 27일 오후 10시 15분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앞 택시 승강장에서 여성 승객을 태운 김씨는, 승객이 성신여대 쪽으로 간다고 하자 "반대방향이니 건너가서 타는 것이 빠르다"고 말했다. 이에 승객은 하차했다.

그러나 승객이 하차한 직후 서울시의 단속 공무원에게 적발되어 택시운전 자격정지 30일의 처분을 받자 김씨가 소송을 냈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5월경 각 시 · 도 등에 배포한 '택시 승차거부 단속 매뉴얼'에는 승차거부로 볼 수 있는 경우 중 하나로 '여객이 행선지를 물어보면 반대방향에서 탑승토록 유도하면서 승차시키지 않는 행위'가 기재되어 있다.

재판부는 "원고의 택시에 탄 여객이 원고의 택시에서 하차한 직후 피고 담당 공무원이 이 여객과 원고에 대하여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여객이 원고의 택시에 탑승하여 성신여대 쪽으로 간다고 하자 원고가 여객에게 반대방향이니 건너가서 타라 또는 건너가서 타는 것이 빠르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이에 여객이 원고의 택시에서 하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단속경위서의 승객의견 란에도 '성신여대 가자고 행선지를 밝히자, 건너가서 타라는 운전기사의 유도에 하차하였다고 함'이라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여객에게 반대방향에서 탑승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택시에 승차한 여객에게 행선지를 묻자 여객이 성신여대라고 하기에 여객에게 반대방향이라 조금 돌아서 가야 하는 관계로 괜찮은지 물어보았고 여객이 착각해서 방향을 잘못 알고 탔다면서 건너가서 타겠다고 한 뒤 하차하여 곧바로 횡단보도로 건너편으로 뛰어갔으며 이에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여객에 대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주장과 달리 피고 담당 공무원이 원고의 택시에서 하차한 여객에 대한 조사를 하여 여객의 진술 내용을 녹취하였던 점, 녹취 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여객에게 건너가서 타라거나 건너가서 타는 것이 빠르다고만 이야기하였을 뿐인 것으로 보이고, 그 주장과 같이 반대방향이라 조금 돌아서 가야 하는데 괜찮은지 물어보며 여객에게 선택권을 준 것으로까지 보이지는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에게 한) 택시운전 자격정지 30일 처분은 택시발전법 시행규칙 12조에서 정한 처분기준(2차 위반 시 자격정지 30일)에 따른 것으로서 이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처분기준에 따른 처분이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