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변호사 출신 이석태 재판관의 헌법관
순수 변호사 출신 이석태 재판관의 헌법관
  • 기사출고 2018.10.11 07: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립성 · 균형감각 잃지 않고 화합의 가치 추구하겠다"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리 헌법의 참된 의지가 무엇인지, 시대가 바라는 지향점은 어디에 있는지 늘 고민하고 성찰하겠습니다."

◇이석태 헌법재판관
◇이석태 헌법재판관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65 · 사법연수원 14기)의 취임엔 헌재 재판부 구성의 다양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일체의 판, 검사 경력 없이 33년간 변호사로만 활동해온 순수 변호사 출신 첫 재판관으로, 이런 경력의 재판관이 탄생하는 데 30년이 걸린 셈이다. 그는 또 참여연대 공동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역임하고 4 · 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한 재야 변호사 출신으로, 이러한 시민단체, 변호사단체 경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것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참여연대 대표, 민변 회장 역임

이 재판관은 그러나 청문회 답변을 통해 "이념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의 국면에서 중립성과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화합의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더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 투철하게 정치적으로 중립된, 독립된 재판관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가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야당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으나, 그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죄를 지어서 선고를 받더라도 늘 가석방 이런 것은 좀 되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4년 전에 나온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선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국가보안법이 합헌이라고 한 헌재 결정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변호사 시절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을 대리해 무죄판결을 이끌어 냈고, 여성계, 학계, 사회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해 호주제와 동성동본금혼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호주제 위헌사건은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고 답변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우리 사회와 국민 생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현안들이 집중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갈파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화답할 책무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헌법재판관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소외된 약자와 소수자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겠다"며 "임기를 마칠 때까지 그동안 쌓아온 업적과 전통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정을 다 바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65세인 이 재판관은 재판관 정년이 70세이기 때문에 6년의 임기 중 1년을 남기고 퇴임하게 된다.

이 재판관은 대법원장 지명으로 임명된 경우여서 국회의 인준표결을 거치지는 않았으나 다른 재판관 후보들과 똑같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쳤다.

동성혼 혼인신고 사건에서 대리인을 맡았던 그는 청문회에서, "앞으로 받아들여야 될 분야로 본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런 것을 모색해 봐야 되지 않나 이런 입장"이라고 답했다.

"군 동성애 처벌 반대"

또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6에 대해, "성 접촉은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처벌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의견"이라며 "군대 밖에서 휴가 중에 그렇게 하는 것도 처벌이 되니까 그건 좀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내에서 처벌하는 것에도 개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은 동성혼 혼인신고를 할 수 없고, 군인이 동성애를 하면 처벌받지만, 동성혼, 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 재판관은 변호사로서 군형법 92조의6 위헌법률심판 사건의 대리인이었으나, 재판관에 내정된 후 대리인에서 사임했다.

그는 헌재에서 관련 병역법 조항이 불합치결정이 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대해 "그 기간이 일반병에 비해서 지나치게 길면 안 되겠다"고 지적하고, "대체복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꽤 많은데, 가령 노인네들 또는 어린애들 등 그런 경우를 두루 고려해서 사회적 의견을 충분히 모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군 가산점에 대해서는, "여성, 군에 가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뭔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측면이 있는데 충분히 대안을 마련하고 가산점을 준다면 고려해 볼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관은 독립이 제일 중요

이 재판관은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 답변에서 "법관들이, 주로 법원행정처에 의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사찰을 한 자료를 보고 참 충격을 받았다"며 "법관이라고 하면 독립이 제일 중요하고, 아무리 외부로부터 독립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내부에서 재판관들이 재판을 잘 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되는 거고 그런 점에서 사법부 독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느냐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나 법관이라 하더라도 어떤 불법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제대로 된 수사를 받아야 된다"고 답했다.

또 선출된 권력이 아닌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과 관련, "기본적으로는 권력과 권한은 나눌수록 또 국민의 참여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신념으로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렇게 보면 법원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굉장히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고, 그래서 대법원에서 헌법재판소 선출권을 세 석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저를 선출한 것도 마지막에 지명권은 대법원장께서 행사하시겠지만 일종의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위원회를 조직하신 거"라며 "어찌 보면 기존의 그런 문제점을 탈피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 아니냐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충남 서산 출신인 이 재판관은 경복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