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사법관 · 헌법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사법관 · 헌법관
  • 기사출고 2018.10.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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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

역대 일곱 번째 헌법재판소장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61 · 사법연수원 13기)이 이끄는 헌법재판소의 7기 재판부가 출범했다. 헌재는 9월 21일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이은애 헌법재판관의 취임식을 거행했다.

김기영 등 3명 국회 인준 받아야

이로써 7기 재판부가 구성되었으나 김기영, 이영진, 이종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은 6인 체제다. 국회 추천 케이스로 임명되는 세 후보자는 국회의 인준표결을 거쳐야 한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유남석 헌재소장은 취임식에서,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재판에 대한 신뢰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사법기관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라며 "사건의 접수에서부터 결정의 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그리고 그에 관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중립성을 유지하여,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취임에 앞서 9월 12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는 "보수나 진보라는 이념의 틀이 아니라 사실과 진리에 기반을 두고 세상을 바라보고 사건을 심리하겠다"고 의원들 앞에서 다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헌재가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이자, 세계 각국이 인정하는 모범적인 헌법재판기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하고, "이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우리 재판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 모든 것이 재판소가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이루어낸, 최고의 자산이자 빛나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의견으로, 유 헌재소장은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달, 소득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기후변화 등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수용하여, 우리가 지켜온 헌법 원리와 원칙이 미래의 길잡이가 되게 하여야 한다"고 갈파했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응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민의 법의식, 가치인식과 소망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재판관 열 달 만에 소장 취임

지난해 11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후 약 10개월 만에 헌재소장에 취임한 유 소장은 헌재 헌법연구관과 수석부장연구관을 역임한 헌법 전문가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로 압축되는 그의 판관으로서의 사법관 · 헌법관은 헌법재판관 취임 때도 얘기가 된 적이 있다. 이번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낙태죄, 군내 동성애와 동성혼,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등 주요 사법 현안에 대해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가 쏟아졌으나 그는 법관 재직 30년이 넘는 원숙함과 균형 잡힌 소신으로 본인의 의견을 담담하게 밝혔다.

특히 그가 법관 시절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던 점을 들어 정치적 · 이념적 편향성을 우려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으나, 유 소장은 "법관으로서 30년 공직했던 기간 동안 또 헌법재판관으로서 1년여 가까이 근무했던 동안 어떤 편향성을 가지고 사건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혹시나 편향성에 빠질까봐서 제 자신을 항상 경계하기도 하였다"며 "그런 균형감각을 가지고 모든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하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 5년 남은 임기 동안 헌법재판을 그야 말로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위기를 맞고 있는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관련,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재판부, 법관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균형 잡힌 시각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어떤 편향적인 생각이나 또는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다시 관심이 제기되고 있는 재판소원에 대해서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헌법정책의 문제"라며 "헌법정책적으로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담당하게 할 것인지 여러 가지 장단점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설정한 예외 외에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역 복무와의 등가성 확보 가장 중요

10개월간의 헌법재판관 재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두지 아니한 병역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유 소장은 이와 관련, "대체복무제를 설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역 복무와의 등가성"이라며 "기간과 내용에 있어서 등가성을 확보해야 되고 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한 병역 거부 · 회피 · 기피를 방지할 수 있는 정도의 대체복무가 설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헌재소장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할 생각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영리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청문회 답변을 토대로 주요 사법 · 헌법 현안에 대한 그의 의견을 요약해 소개한다.

◇낙태죄=낙태죄를 처벌하는 데 대해 '일반 예방적 효과가 없다' 이런 진단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우리 헌법의 생명존중 이 점이 우선 고려돼야 되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보호가 원칙이지만 또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도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 가치의 조화점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재판에 계속되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위헌 여부에 관해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입법론을 말씀드리면 임신 초기에 사회 · 경제적 사유로 인한 그런 임신중절을 의사나 전문가들의 상담을 거쳐서 허용하는 방안을 우리가 적극으로 입법론적으로는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헌법소원 제기 581일 지나

낙태죄에 대해서는 2012년에 헌재에서 한 번 합헌결정이 되고 2017년도에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으나 581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유남석 소장은 이에 대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재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군 동성애, 동성혼=군 동성애는 입법목적이 분명히 있다. 군대 내에서 상명하복 관계에서 숙영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질서 유지 또 군기 유지 목적에서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금지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수단이 과도한지 여부가 지금 쟁점이 돼서 헌법재판소의 심리 중이라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 법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관용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동성애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혼 문제는 우리 헌법에 양성평등을 기초로 혼인생활과 가족생활을 형성하도록 돼 있어서 헌법상으로나 민법상으로는 현재로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국가보안법=국가보안법은 과거에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인권 침해의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안보 현실에서,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시기상조다라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더라도 인권 침해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서 적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형제=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전제로 할 때 사형제는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일반교통방해죄=(경찰이 시위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하나의 꼼수로 일반교통방해죄를 사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집회 ·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를 해야 되고 다만 그것이 불법적인 방법이거나 폭력적인 방법이 수반됐을 때는 질서 유지를 위해서 제한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의도로 집회 · 시위를 제한하기 위해서 법을 적용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