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만성신부전 앓던 공무원 출근길 사망…공무상 재해 인정 못 받아"
[노동] "만성신부전 앓던 공무원 출근길 사망…공무상 재해 인정 못 받아"
  • 기사출고 2018.10.0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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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교통사고 사망 단정 어려워"

만성신부전을 앓던 공무원이 차량을 몰고 출근하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했으나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교통사고 때문인지, 평소 지병으로 인한 발작에 의한 사고인지 불분명해 공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997년 지방의무사무관으로 임용된 후 경남지역의 보건소에서 근무해 온 A(사망 당시 45세)씨는 2014년 12월 10일 대구에 있는 자택에서 보건소로 차를 몰고 출근하던 오전 8시 45분쯤 도로 우측 연석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 차량 하부에 화재가 발생했고,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전 10시 32분쯤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이 A씨가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교통사고가 아닌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조사결과 A씨가 운전하던 차 앞 유리에 A씨가 충격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파손 흔적이 있었으나, 교통사고가 발생할 무렵 인근을 지나던 차량은 없었으며, A씨가 운전하던 차에도 다른 차량과 부딪힌 흔적이 없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경우 빈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빈혈이 치료되지 못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심혈관계 합병증까지 발생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데, A씨는 만성신부전의 질환이 있었고, 2013년과 2014년 받은 건강검진 결과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부족하거나 경계 수치에 있었으며, A씨에 대한 2014년 12월 18일자 사망진단서상 중간선행사인이 협심증으로 기재된 점에 비추어 A씨에게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하였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주위에 운행차량이 없었고, 특별한 돌발 상황이 없었음에도 A씨가 갑자기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교통사고가 발생한 점, A씨는 만성신부전,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었고, 2013년에 비해 2014년 12월 측정한 혈압수치는 정상 수준까지 낮아지기는 하였으나 혈압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교통사고 발생 직전 A씨에게 심장발작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거나 특별한 외상을 입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어 A씨의 사망이 출근길의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A씨의 사망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곧바로 공무로 인한 사망이라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사망은 공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A씨가 신체검사를 통과하여 지방의무사무관으로 임용되었으므로 A씨의 질병은 그 이후에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연평균 초과근무일이 172.5일, 초과근무일 당 초과근무시간이 약 3.9시간에 이르기도 하였고, 관내 출장도 잦았던 것으로는 보이나, A씨의 업무 내용과 건강 상태, 출퇴근 상황, 2013년부터 2014년 사이의 초과근무시간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지속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만성신부전증이 발병하거나 급속히 악화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도 최근 이 소송의 상고심(2017두55916)에서 "A씨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