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신동빈 롯데 회장, 박 전 대통령 강요에 뇌물 건네"
[형사] "신동빈 롯데 회장, 박 전 대통령 강요에 뇌물 건네"
  • 기사출고 2018.10.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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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K스포츠재단 70억 뇌물, '묵시적 청탁' 인정

10월 5일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 7000여만원이 선고되는 등 국정농단 사건 3건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이같은 형을 선고하며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특정 보수 성향 단체를 선별해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되었으며,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하나는 최순실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와 롯데 경영비리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2018노93 등) 선고.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던 신 회장은 이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되며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지 235일만에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신 회장에 대한 두 사건은 1심에선 각각 재판이 진행되어 선고되었으나, 2심에선 두 사건을 병합하여 진행했다. 

신 회장의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과 집행유예로 풀려난 양형사유를 집중 분석한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롯데그룹의 현안인 '신규특허 방안의 추진에 따른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내용과 피고인(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70억원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항소심 판단 요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단 요약

재판부는 "'신규특허 방안의 추진에 따른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특허 상실로 인한 고용문제의 해결과 월드타워 면세점 영업을 통한 이익 창출 그 자체를 위해서는 물론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롯데그룹의 중요한 현안이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과 박 전 대통령의 단독 면담이 있기 3일 전인 2016년 3월 11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피고인과의 오찬 만남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면세점 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그 사실을 대통령에게 전달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위와 같은 정황과 인식 하에서 박 전 대통령이, 기업 총수로부터 기업의 현안에 관한 애로 및 건의사항을 듣는 비공개 단독 면담의 기회에, 면세점 특허의 재취득에 관한 중요한 현안을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의 회장인 피고인에게, 이례적으로 K스포츠재단이라는 특정한 단체에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것을 통상적인 직무상 요청으로 볼 수는 없으며, 이는 롯데그룹의 중요한 현안(신규특허 방안의 추진에 따른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된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 지원을 요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정황과 인식하에서 피고인과 롯데그룹은,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의 교부 요구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70억원을 지원한 것"이라며 "K스포츠재단에 교부한 70억원은 롯데그룹이 최근 3년간 각 해당 연도 스포츠 분야 지원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고, 설립 목적 및 조직 규모, 운영하고자 하는 사업의 투명성이나 신뢰성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특정 신생 재단에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이 지원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라고 밝혔다.

롯데 경영비리에선 롯데시네마 매점을 가족에게 임대한 혐의 하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대하는 경우보다 직영하는 경우 롯데쇼핑에 더 큰 이득이 발생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서미경씨 모녀와 누나인 신영자씨 등 가족 · 친인척에 대한 경제적 지원목적으로 임대한 것은 롯데쇼핑을 위한 경영판단으로 보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득액의 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경가법상 배임은 무죄로 판단하고, 형법상 업무상배임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 "본건 뇌물공여 범행은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피고인에게 금원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서,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원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고, 수뢰자의 강요행위로 인하여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금을 교부한 피해자에 대하여 아울러 뇌물공여의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뇌물공여 범행 당시, 피고인의 최순실과 K스포츠재단의 관계,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지원을 요청하는 목적 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공익적 활동에 사용되리라고 예상하면서 지원금을 교부했고, 지원금의 교부 이전이나 이후, 롯데그룹의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하여 특별히 롯데그룹에 유리하게 직무집행이 이루어지거나 편의가 제공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규모 기업집단 일반 또는 롯데그룹의 커다란 영향력이나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는 사정, 나아가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롯데그룹의 창업자, 현재 총수, 총수 일가라는 사정 등은 이 사건에서 하나의 양형요소로 고려될 수는 있을 것이나, 그러한 사정을 직접적으로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책임을 더욱 감경하거나 더욱 가중하는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기업가들의 사후적인 피해회복 조치에 대하여 양형상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력의 불균형으로 인한 양형의 불공평을 초래하고, 범죄 예방 측면이나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의 정착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피해회복 자체만을 결정적인 양형요소로 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앤장과 엘케이앤파트너스가 신 회장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