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부동산시장 규제에 대한 단상
[리걸타임즈 칼럼] 부동산시장 규제에 대한 단상
  • 기사출고 2018.10.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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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변호사]

예사롭지 않은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 인상에 정부는 최근 다시 규제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9 · 13대책으로 불리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이다. 9 · 13대책은 종부세 세율 인상, 3주택 이상 소유자 ·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추가 과세, 2주택 이상 세대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부동산시장 규제에 대해 투자자나 실수요자는 손익을 따져가며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변호사 입장에서는 검토할 것이 또 생겼구나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게 사실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규제를 회피할 방안을 본능적으로 살피게 된다.

◇정원 변호사
◇정원 변호사

종부세율 인상 등 담겨

과거로 돌아가 보자. 변호사로서 본격적으로 처음 검토한 부동산시장 규제는 분양가상한제였다. 노무현 정부는 계속된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2007년 초 이른바 1 · 1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는데, 그동안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택지비와 건축비에 일정 이윤을 더한 금액을 상한으로 분양가를 정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으로 신규 주택의 가격을 제한함으로써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으려는 데 취지가 있었다(현재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택지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이보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 즉 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시 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 회피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모색했다. 필자는 당시 지역주택조합 방식과 임대주택 방식 두 가지를 검토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안 돼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이후 주거전용면적 60㎡ 이하 1주택 소유, 다시 85㎡ 이하 1주택 소유로 조합원 자격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었다)들을 조합원으로 하여 구성된 사업주체인데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사업주체가 자신의 구성원에게 공급하는 것이라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규제 대상으로 삼는 분양에 해당하지 않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다만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는 세대가 20세대를 초과할 경우 해당 분양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현재는 30세대).

다음으로 당시 민간건설임대주택의 경우 임차인을 모집하는 행위는 분양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역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후 임대주택은 분양전환을 통해 일반 아파트처럼 소유의 대상이 되지만 분양전환은 주택법이 상정하는 전형적인 분양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당시까지만 해도 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주택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었고, 대부분 공공부문이 직접 짓거나 주택건설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임대주택들이었다. 민간이 순수한 자기자본을 들여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상정하기 힘들었고, 이 때문에 민간건설임대주택에 대하여는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5년의 임대의무기간에 대한 제한만 있었고, 이마저도 2년 6개월이 지나면 최초 임차인에게 분양전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고가주택에 저소득층 주거지라는 인상이 강한 임대주택 이름을 붙여 분양하는 것에 대해서는 건설사에서도 저항감이 상당해서 바로 채택되지 못하다가 단국대 서울캠퍼스 부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 방식으로 한남더힐이 건축되고 성공적으로 분양되면서 민간건설임대주택은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한남더힐 임대주택 방식으로 성공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 · 재개발 아파트에도 바로 영향을 줬다. 2007년 11월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수많은 조합이 기한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요건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했고 그후 부실한 신청의 여파로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 취소되는 조합이 적지 않았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울 강남 지역 조합들이 작년 연말에 연이어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여 부랴부랴 관리처분계획인가신청을 접수한 것은 2007년의 데자뷔였다.

이처럼 규제가 생기면 시장은 회피할 수단을 금세 찾아내고 규제의 부작용은 규제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특히 주택에 대하여는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동산 규제를 상당 기간 지켜본 입장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종부세 등 사회적 합의 확보

우선 규제의 큰 틀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종합부동산세, LTV, DTI를 통한 대출 규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의 규제수단은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확보했다. 세부적인 규제의 정도에 대하여는 국민들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온도차가 있겠지만 규제의 기본을 훼손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그동안 일정 기간이 경과하고 경기가 악화되면 규제를 회피할 길을 정부 스스로 열어줬던 과거를 반복하는 것은 피해야 하겠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부동산 정책이야말로 우리 국민에게 즉각적인 정서적 파장을 일으킨다. 부동산으로 얻는 수익은 불로소득이라는 도덕적 확신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이 국민 각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섬세하게 대응하면서 사회적 합의의 폭을 넓혀야 한다.

소셜 믹스(social mix)가 바람직하다는 전제하에 임대주택 건설을 오랜 기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만 발표하면 인근 주민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도덕적 견지에서 비난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주거양식으로서 임대주택을 확립시킬 장기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야말로 옳고 그름에서 출발하기 보다는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꾸준히 집행되기를 바란다.

정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wjeong@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