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2011년 구미시 단수사고, 수자원공사 배상책임 없어"
[손배] "2011년 구미시 단수사고, 수자원공사 배상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18.10.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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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의 또는 중과실 없어…면책"
'단수사고 관련 첫 판결' 의미

2011년 5월 낙동강 내에 설치된 임시보가 무너져 경북 구미시 일대에 발생한 대규모 단수사고와 관련, 구미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도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최근 구미시가  "2011년 단수사고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246810)에서 구미시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에선 수자원공사에 50%의 책임이 인정되었으나,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수자원공사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1심 소장 접수 후 7년여에 걸친 공방 끝에 나온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수사고와 관련하여 한국수자원공사의 책임 여부와 판단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로, 향후 단수사고와 관련한 사업자간 분쟁이나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구미시의 단수사고는 2011년 5월 8일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낙동강 유역 해평취수장 부근에 설치된 임시물막이(임시보)의 일부가 넘어지면서 발생했다. 이 임시물막이는 '4대강 살기리 사업'에 따라 낙동강을 준설할 경우 하천수위가 내려가 취수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자 수자원공사가 칠곡보가 준공되는 2011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2009년 12월 경부터 2010년 7월 경까지 해평취수장과 구미정수장 사이에 설치한 두 개의 임시보 중 하나로, 2011년 4월 경 이 임시보에서 시트파일(Sheet Pile) 상단부와 이불형 돌망태 일부가 유실되어 취수위가 저하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수자원공사가 이불형 돌망태 대신 모래를 담은 포대인 톤백(Ton Bag)과 사석 등을 이용해 보강공사를 진행하였으나 5월 8일 세굴현상으로 인해 시트파일이 다시 전도되는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사고로 2011년 5월 8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구미시 원평동 · 남통동 · 공단동, 칠곡군 약목면 · 가산면 등 구미권 광역상수도 지역에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에 구미시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단수사고로 공급받지 못한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등 손해액 55,920,180원과 생수물통 등 구입비용 75,768,480원, 직원 비상근무 수당 19,460,710원에 사회적 신용 훼손에 따른 위자료 848,850,630원을 더한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김천지원 재판부는 수자원공사에 50%의 책임을 인정, 위자료를 뺀 1억 5000여만원의 피해에 대한 절반인 7500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대구고법과 대법원은 수자원공사에 책임이 없다고 판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원심 판단을 인용해 "임시물막이가 갑자기 전도되어 취수위가 낮아지는 바람에 피고가 원고에게 수도물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사고는 (피고의) 수돗물공급규정에 따른 '수도시설의 고장 발생' 또는 (원고와 피고가 맺은) 협약서상 '돌발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돗물공급규정과 협약의 면책조항은 피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를 제외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하고, 고의에 준하는 중대한 과실의 개념은 피고의 특수한 지위에 비추어 마땅히 해야 할 선랑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한 후, "한시적 내지 임시적 시설이라는 이 사건 임시물막이의 성격, 그에 따른 설계 · 시공 내역, 종전사고 후 보수공사 등 경위 및 내용, 평소 이 사건 임시물막이에 대한 피고의 관리 · 점검 내용, 사고 후 피고의 조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에게 사고의 발생과 그 복구에 관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은 각 면책규정에 의하여 면책된다"고 밝혔다.

수돗물공급규정에 의하면, 피고의 수도시설에 고장이 발생한 경우에는 피고는 수돗물 공급을 중지하거나 사용을 제한할 수 있고, 이 경우 피고는 고객이 받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원고와 피고가 맺은 협약에 의하면, 피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평균급수량 범위 내에서 원고가 요청한 용수공급량을 제한하여 공급할 경우 수돗물공급규정에서 정한 일정한 금액을 원고에게 보상하여야 하지만, 돌발적인 사고 등으로 인하여 용수공급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피고가 제정한 수돗물공급규정은 수돗물공급계약에 관한 보통계약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져, 면책조항은 피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를 제외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해야 하고, 원-피고가 맺은 협약상의 면책조항 역시 피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를 제외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의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것이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수도사업과 같이 대량으로 행하여지는 공공급부 서비스는 공급중단이라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언제나 존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대신 일시적인 급부 중단에 따라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이 공공서비스의 특성 및 손해배상책임의 법리상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구미시는 이 사고로 인해 수자원공사로부터 약정된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구미 시민들에게 수돗물 공급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추가비용 등이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민법 758조 1항의 공작물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공작물책임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 '공작물의 설치 · 보존 상의 하자'의 판단 기준 등에 비추어 보면, 공작물의 하자로 인해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가 공작물의 하자와 관련한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공작물의 설치 · 보존 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공작물책임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과 관련한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7년여에 걸친 이 소송은 로펌 등의 법률대리전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구미시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법무법인 우리하나로가 맡아 진행했고, 대법원에선 법무법인 율촌이 원고대리인으로 가세했다. 수자원공사는 1심에선 법무법인 중원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대리했으나, 2심과 상고심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세종 관계자는 "종전에는 한전의 전기공급 중단으로 인한 사고(정전사고)와 관련한 소송이 많았는데, 대법원은 정전사고와 관련한 소송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규정'에서 정한 면책사유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개별 사안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의 중과실 인정 여부를 달리 판단하여 왔다"고 소개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수사고와 관련하여 한국수자원공사의 책임 여부 및 판단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사례로, 정전사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돗물공급규정에서 정한 면책사유도 고의 또는 중과실 적용을 배제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의 면책을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