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7기 재판부 '6인 체제'로 출범
헌재 7기 재판부 '6인 체제'로 출범
  • 기사출고 2018.09.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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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소장, "열린 마음으로 시대정신 수용해야"

역대 일곱 번째 헌법재판소장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이끄는 7기 재판부가 출범했다. 헌재는 9월 21일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이은애 헌법재판관의 취임식을 거행했다.

이로써 7기 재판부가 구성되었으나 김기영, 이영진, 이종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은 6인 체제다. 국회 추천 케이스로 임명되는 세 후보자는 국회의 인준표결을 거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유남석 헌재소장 등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헌재는 일곱 분 이상이 모여야 심리가 진행되는데 국회에서 3명의 재판관에 대한 선출 절차를 완료해주지 않아 헌법재판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는 단순히 다른 분들의 일이 많아진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헌재 기능이 마비되는 상태"라며 "국회가 하루 빨리 헌재 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절차를 마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에 앞서 20일 오후 재적의원 299명 중 229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85표(80.8%), 반대 40표, 무효 4표로 유 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석태, 이은애 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두 재판관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은 국회 인준표결 대상이 아니다.

◇9월 21일 유남석 헌재소장, 이석태, 이은애 재판관이 취임, 헌재 제7기 재판부가 출범했다. 유남석 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9월 21일 유남석 헌재소장, 이석태, 이은애 재판관이 취임, 헌재 제7기 재판부가 출범했다. 유남석 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취임사에서 "(헌재가 설립된) 3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헌법원칙과 이론도,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달, 소득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기후변화 등 과거에는 상상 밖의 일이었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화석처럼 굳어버려,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지켜온 헌법 원리와 원칙이,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수용하여, 미래의 길잡이가 되게 하여야 한다"며 "변화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응하여야 하고, 국민의 법의식, 가치인식과 소망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설득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고, 결정의 설득력은, 결론에 이르는 이유의 정당성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폭넓은 조사, 깊이 있는 연구와 사색, 객관성과 일관성을 갖춘 논증, 그리고 민주적인 토론이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취임사에서,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우리 사회와 국민 생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현안들이 집중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헌법재판소가 외부의 어떠한 힘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헌법질서 수호와 기본권 보장을 위해 소임을 완수해 주길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화답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리 헌법의 참된 의지가 무엇인지, 시대가 바라는 지향점은 어디에 있는지 늘 고민하고 성찰하겠다. 사회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이 첨예한 분야에서는 중립성과 균형감을 잃지 않고, 갈등을 치유하며 헌법 정신과 화합의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역대 네 번째 여성재판관이 되는 이은애 재판관은 취임사에서,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에서만큼은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국민의 편에 서서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히 귀 기울여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정의와 가치가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 양극화, 성 평등, 난민 문제 등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가치가 극단적으로 표출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시대상황 가운데 서로 다른 정의에 대한 관념들 속에서 최대한의 교집합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찾아가겠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갈등의 원인을 찾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탐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