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퇴임사(전문)
강일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퇴임사(전문)
  • 기사출고 2018.09.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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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 누리는 데는 돈 필요하지 않아"

저도 나름대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충실하게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만

오늘 이진성 소장님, 존경하는 선배 재판관님들 뒤에 서고 보니 한없이 초라해질 뿐입니다.

여러 선배님들이 가지고 계신 인품, 연륜 앞에서 제가 더 이상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혹시 여기에 첨언하게 되면 가지고 계신 감동이 무뎌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선배님들이 표현하신 우리나라와 헌법재판소와 가족에 대한 애정, 고마움, 소회 이것은 저도 부족하지만 같다는 말씀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강일원 재판관이 9월 19일 퇴임사를 하고 있다.
◇강일원 재판관이 9월 19일 퇴임사를 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만 첨언해 드린다면, 사족이 되겠습니다만,

저는 6년 동안 선후배, 동료, 재판관님의 배려 덕분으로

많은 국제행사에 참석해서 많은 발표를 했고 토론에 참여해봤습니다.

그 때 느낀 것은 정말 우리나라가 우리 스스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아시아 최고의 헌법재판소이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정받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세계 최고는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경제적인 면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하지만, 기본권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이나 일본, 독일, 프랑스 국민보다 조금 적은 기본권을 누릴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기본권을 누리는 데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회적 기본권은 예외가 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자유, 평등, 정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는

그저 우리의 의지, 그리고 공동체 의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아시아 최고로 마무리를 하고 떠납니다만

더 훌륭한 소장님, 재판관님들이

이제 앞으로의 30년에서는 우리 헌법재판소를, 우리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기본권 보장국가로 올려주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도 밖에 나가서도 그런 활동에 조금의 미력이나마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족으로 하나 말씀드린다면

오늘 여기 올 때 저희 가족들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부분은 사적으로 따로 말할 것이고,

다만 멀리서

멀리서 찾아와주시면 법원 가족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모든 여러분

건강하시고, 건승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