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추행 피해자 진술 일관성 있다면 함부로 배척 안 돼"
[형사] "성추행 피해자 진술 일관성 있다면 함부로 배척 안 돼"
  • 기사출고 2018.09.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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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간호사 강제추행' 병원장 징역 1년 확정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8월 30일 간호사를 세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 용인시에 있는 병원 원장 강 모(63)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9762)에서 강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1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씨는 2015년 1월 초순 오후 10시쯤 병원 3층 간호사실 내에서 야간 근무 중인 간호사 A(38)씨를 간호사실 뒤편의 옷 갈아입는 공간으로 불러내 갑자기 끌어안고 가슴을 만지고 입을 맞추는 등 강제추행하고, 이어 같은달 중순 오전 6시쯤 병원 2층 약국 내에서 A씨가 찾고 있는 약을 찾아주는 척하며 A씨에게 다가가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고 팬티에 손을 넣어 A씨의 성기에 손가락을 넣는 등 강제추행했다. 또 3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A씨를 진료실 안으로 불러 침대 위로 강제로 눕히고 A씨 배 위에 올라타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가슴을 만지는 등 세 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유일한 증거인 A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얇은 판넬로 되어 있어 방음이 되지 않는 간호사실에서 강제추행 행위가 강제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2015년 1월 중순경 약국 내에서 강씨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때로부터 30분도 지나지 않아 강씨가 불 꺼진 진료실에서 부른다는 이유로 순순히 진료실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며, A씨가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이후에 오히려 강씨의 전담간호사로의 근무변경을 희망하여 10개월 이상 강씨와 함께 근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A씨는 강씨의 임금체불 때문에 2015년 9월 병원을 그만두면서 강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고소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A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1심 판결을 뒤집고 강씨에게 유죄를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2도2631)을 인용,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 논리성 · 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피해자들을 비롯한 증인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피해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하게 된 상황과 피고인의 추행 방법, 추행이 종료된 이유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비록 피해자가 추행행위 자체와는 관련이 없는 다른 정황들(범행 발생 후 피해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변경하게 된 경위, 피해자의 여행 등 사생활)에 관하여 다소 일관성 없이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추행행위 자체에 관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간호사실 내 강제추행 행위에 대해, "간호사실 벽이 얇은 판넬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짧은 순간에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당시 그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A씨가 강씨가 부른다는 이유로 진료실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불이 꺼진 진료실 안에서 피해자를 큰 소리로 부르며 어떤 물건을 가지고 가라고 하였고, 피해자가 망설이자 계속하여 큰 소리로 피해자를 불러서 당시 피고인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향후 자신에게 더 큰 위해가 가해질까봐 두려운 마음에 피고인이 주는 물건만 받아서 빨리 올라가기 위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며 "피해자의 진술은 경험칙상 납득이 되고, 피해자가 스스로 피고인이 있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고소가 늦어진 이유에 관하여, 처음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하여 괴로워서 뒤늦게나마 고소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해자의 고소 경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