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추석 명절 과로 뒤 뇌경색 발병한 배송기사…산재"
[노동] "추석 명절 과로 뒤 뇌경색 발병한 배송기사…산재"
  • 기사출고 2018.09.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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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급격한 업무 증가로 고혈압 · 당뇨 악화"

추석 명절때 급증한 배송업무로 과로가 누적되어 뇌경색 진단을 받은 50대 배송기사가 소송을 내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다. 소송 계속 중인 올 2월 당사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이 소송을 이어받아 진행한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의정부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안종화)는 6월 28일 뇌경색이 발병한 농산물 판매회사 배송기사 A(발병 당시 53세)씨가 "뇌경색에 대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11307)에서 "A씨에 대하여 한 산재요양불승인처분 중 '뇌경색증' 부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1년 9월 1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농산물 판매회사에 입사하여 배송업무를 담당해온 A씨는 1년 후인 2012년 10월 22일 출근하던 중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뇌경색증, 고혈압, 당뇨'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이 상병들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대한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소송을 냈다.

A씨는 "추석 명절이 있던 2012년 9월경 무렵에 배송업무가 더욱 가중되었으며 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뇌경색증이 발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월급 170만원을 받으면서 매주 약 4회 춘천, 김제, 아산 등으로 원거리 배송을 하였고, 이를 위해 오전 3시 30분쯤 내지 오전 4시쯤 조기출근하여 약 1시간 30분가량 농산물에 대한 상차작업을 한 후 차량을 운전하여 각 거래처에 배송하고 회사에 복귀하여 거래처에서 가져온 박스를 정리하는 등 오후 6시쯤까지 약 14시간 내지 14시간 30분 정도 근무했다. 서울, 경기 지역으로 배송을 하는 금,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10시간 근무했다. 당시 A씨의 근무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매주 76시간 내지 78시간. A씨는 뇌경색증이 발병하기 약 2개월 전인 2012년 8월부터는 배송책임자로서 이와 같은 배송 업무에 더하여 차량관리(정비포함), 기사관리 등의 업무까지 추가적으로 부담했다. A씨가 배송업무를 담당한 거래업체들에 대한 회사의 2012년도 배송물량 추이를 보면, 1월에 23,792kg, 2월에 18,021kg 수준이었으나, 점차적으로 증가하면서 상병 발생 무렵 직전으로 추석이 있던 9월에는 66,463kg, 뇌경색증이 발생한 10월에는 77,707kg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A씨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A씨의 체격(153cm, 50kg), 나이와 건강상태에 비추어 감당하기 벅찬 수준의 업무량으로서, 장기간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특히 뇌경색증 발병 무렵에는 추석 명절로 인한 배송량의 증가와 배송책임자의 업무가 추가됨에 따라 단기간 급격하게 업무상의 부담이 증가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A씨가 배송하는 품목이 농산물로서 신선도가 중요한 사정, A씨가 배송하는 거래처에서는 오전 8시 30분까지 농산물의 납품이 완료될 것을 요구한 사정, A씨가 배송지연으로 인한 거래처의 독촉으로 정신적 및 육체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A씨는 근무과정에서 지연배송 등의 압박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고, A씨가 수행한 배송기사의 업무는 단순한 운전 업무 외에 냉장창고 등에서의 농산물에 대한 상차작업까지 포함하고 있고, 퇴근 후에는 거래처로부터 가져온 박스까지 정리해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육체적인 노동 강도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회사에 입사하기 전인 2009년 12월과 2010년 5월 고혈압으로 2차례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이후에는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당뇨망막병증으로 수차례 치료를 받았으나 대부분 입사 전에 치료를 받았던 것이며, 입사 이후에는 치료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은 점, A씨의 동료와 사업주도 A씨가 건강하였고, A씨에게 이와 같은 질환이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A씨의 고혈압과 당뇨 증상이 정상적인 근무를 함에 있어 지장을 줄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A씨가 고혈압과 당뇨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뇌경색증이 발병할 당시에 음주, 흡연을 하고 있었으며, 나이가 53세에 이른 점 등을 감안하면, 뇌경색증의 일반적인 유발원인인 고혈압, 당뇨 등이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되어 뇌경색증으로 발전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A씨는 만성적인 업무상 과로 또는 발병 무렵의 급격한 업무 증가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였던 고혈압과 당뇨의 기초질병이 그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뇌경색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결국 A씨의 뇌경색증은 A씨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