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지하 1층 노래방 가다가 계단에서 굴러…노래방 업주 책임 없어"
[손배] "지하 1층 노래방 가다가 계단에서 굴러…노래방 업주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18.09.15 09: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손잡이 미설치 하자 있으나, 공작물점유자 아니야"

술에 취한 손님이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노래방에 가기 위해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다쳤다. 노래방 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 부장판사)는 8월 23일 전 모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노래방 업주 이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571041)에서 "건물의 지하 1층만을 임차했을 뿐인 노래방 업주를 공작물점유자로 볼 수 없다"며 전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씨는 2014년 3월 14일 지인들과 밤 10시 45분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지인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의 지하 1층에 있는 이씨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8개 단 아래의 지하 1층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과 우측 편마비, 인지기능 저하 등의 상해를 입은 전씨가 노래방 업주인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노래방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폭 82㎝, 높이 20㎝, 너비 24㎝ 정도인 10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양쪽 면은 벽으로 막혀 있으며 사고 당시 벽면에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건물의 지하 1층 점포를 빌려 2012년 4월부터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사고 이후 계단 한쪽 벽면에 손잡이를 설치했다. 

전씨는 "계단에 손잡이가 설치되지 아니한 하자가 있으니 계단의 점유자인 이씨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치료비와 일실손해액, 위자료 등을 합한 8억여원을 지급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노래방이 있는) 건물이 사용승인을 받은 1991년 12월 13일경 시행되던 건축법 시행령 21조 2항(계단 중 높이 1미터를 넘는 것은 그 계단과 계단참의 양측에 벽 또는 이에 대치되는 것이 없는 경우에는 난간을 설치하여야 한다)에 의하면, 사고가 발생한 계단은 계단 양쪽이 합판으로 이루어진 벽으로 막혀 있어 난간을 설치할 필요는 없고, 계단의 단높이나 단너비가 당시 규정에 위반되어 시공된 것은 아니며, 계단의 경사도 다소 급한 편이나 관련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건축법 시행규칙 17조 3항에서 난간이 없는 경우에는 손잡이를 설치하여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계단에는 당시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나, 건축법상 건축물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도록 유지관리하여야 할 의무는 건축물의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있는바, 피고는 건물의 지하층만을 임차하였을 뿐이고, 건물 외부에서 지하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건물의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점, 피고가 건물 소유자에게 월 임료 이외에 건물 관리비 명목으로 월 2만원씩을 입급해 준 점에 비추어 보면, 건물 외부에서 지하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피고의 임차 부분에 직접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계단을 주로 피고와 노래방 이용객이 이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에게 계단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도록 유지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사고 당시 계단에 손잡이가 설치되지 아니하여 공작물의 설치 · 보존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할 것이나,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가 민법 758조 1항 소정의 공작물점유자에 해당하여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계단 위와 맨 아래 바닥 부분에 미끄럼방지매트를 놓아두고 각 단 끝 부분마다 미끄럼 방지장치를 부착하는 등 일응 사고방지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 사고 당시 계단이 어두웠다거나 관리소홀로 인하여 특별히 미끄러웠다는 등의 사정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데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노래방을 몇 차례 이용하여 계단의 구조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사고는 원고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아래 부분을 살피지 않고 발을 내딛다가 두 번째 계단을 건너뛰고 세 번째 계단으로 발을 헛디디면서 그만 몸의 중심을 잃고 8개 단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발생한 것으로, 이와 유사한 낙상 사고가 이전에도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다"고 피고의 책임을 거듭 부정했다.

민법 758조 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