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재산명시신청도 확정적 시효중단사유"
[민사] "재산명시신청도 확정적 시효중단사유"
  • 기사출고 2018.09.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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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최고' 효력만 인정하는 대법과 다른 판결 주목

민사집행법상 재산명시신청도 압류에 준하는 확정적 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재산명시신청에 관하여 잠정적 시효중단사유인 '최고'로서의 효력만 인정한 대법원 판례(2000다32161)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상고될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민법은 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재판상 청구(1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2호), 승인(3호) 세 가지를 규정하고, 174조에서 '최고는 6개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최고를 잠정적인 시효중단사유로 보고 있다.

부산지법 민사4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8월 22일 서 모씨가 "2007년 지급명령이 확정된 후 소멸시효기간 10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으니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하라"며 채권자인 이 모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의 항소심(2018나40461)에서 "이씨가 2010년 11월 서씨를 상대로 재산명시신청을 했으므로 이씨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강제집행은 정지하라고 명했다.

재산명시절차는 일정한 집행권원에 기한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법원이 그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여 재산관계를 공개하고 그 재산목록의 진실함을 선서하게 하는 법적 절차로,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결정인 재산명시명령을 통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탐지할 수 있어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자기재산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채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그로 하여금 채무를 자진 이행하도록 유도하여 채무의 간접강제를 그 주된 목적으로 두고 있다.

재판부는 "재산명시절차는 다른 강제집행절차에 선행하거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적인 절차이고, 엄연히 법원의 재판절차"라고 지적하고,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하나로서 민법 174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고'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 이행을 구한다는 채권자의 의사통지(준법률행위)로서, 이에는 특별한 형식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묵시적인 최고로써도 족하고, 이러한 점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과 집행개시요건의 구비를 필요로 하고 법원의 재판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산명시절차와는 성질이나 요건, 효과 등의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개인이 아무런 형식 없이 재판 외에서 하는 의사의 통지인 최고를 법원의 정식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재산명시명령과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자가 자진하여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내역과 소재를 채권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재산을 은닉한 경우, 채권자는 압류나 가압류 · 가처분과 같은 보전절차에 착수할 수 없게 되거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무용지물이 되고, 이러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서 채권자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소를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는 무의미한 절차를 되풀이 하게 할 뿐이어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채권의 만족을 위한 보전절차나 강제집행절차와 같은 권리실행행위를 할 수 없거나 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인 경우에는 그 요건과 절차에 있어서 압류 등 강제집행과 대등할 정도로 엄격성을 가진 재산명시신청을 압류에 준하여 보아야 할 사정이 존재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의 대전제인바, 재산명시절차를 거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이 명백하며, 이는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을 신뢰한 채권자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또한 법원 재판의 권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산명시신청은 민법이 시효중단사유로서 규정한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 보되, 다만 재산명시신청을 통하여 법원의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지고 결정등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자의 재산명시신청 시에 소급하여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 사건의 2006년 12월 28일자 지급명령에 따른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권은 지급명령이 확정된 날인 2007년 1월 20일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는데, 피고가 2010년 11월 10일 원고를 상대로 부산지법에 재산명시신청을 하여 같은달 12일 법원으로부터 재산명시결정이 내려진 후, 이 결정등본은 같은달 16일 채무자인 원고에게 도달되었고, 2011년 1월 24일 재산명시기일이 열린 후 재산명시절차는 2011년 6월 28일 집행기간 도과로 종국 처리되었으므로, 피고의 지급명령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재산명시신청일인 2010년 11월 10일 중단되었고, 재산명시절차가 종료된 2011년 6월 28일부터 새로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의 지급명령에 기초한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