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의견진술 · 불복절차 없는 DNA 채취 헌법불합치"
[헌법] "의견진술 · 불복절차 없는 DNA 채취 헌법불합치"
  • 기사출고 2018.09.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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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청구권 형해화"

DNA 채취를 위한 영장발부와 관련, 채취대상자가 자신의 의견진술을 하거나 불복하는 절차를 두지 않고 있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 8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디엔에이법은 검사가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 살인죄 등 강력범죄의 유죄 확정자나 구속 피의자 등으로부터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8조에서 영장절차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8월 30일 최 모씨 등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임원들과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들이 낸 디엔에이법 8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16헌마344, 2017헌마630)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 청구 시 판사가 채취대상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거나 적어도 서면으로 채취대상자의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채취대상자가 검사에게 영장 발부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소명자료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상, 판사가 채취대상자의 의견이나 소명자료를 확인 · 고려하여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담보되어 있다고 볼 수없다"고 지적하고,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이 발부된 경우에는 디엔에이법상 그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의 집행에 의하여 디엔에이감식시료가 채취되어 데이터베이스에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가 수록되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이러한 경우 어떠한 절차를 거쳐 그 채취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며, 이에 따라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이 집행되어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당한 대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시까지 자신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어 범죄수사 내지 예방의 용도로 이용되는 것을 수인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영장에 따른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와 등록 과정에서 채취대상자는 신체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제한받게 됨에도 불구하고, 영장절차 조항이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부 후 영장 발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채취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채취대상자의 재판청구권은 형해화되고 채취대상자는 범죄수사 내지 예방의 객체로만 취급받게 된다"며 "영장절차 조항은 채취대상자인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고, 공익과의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디엔에이법 8조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김창종,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은 "검사는 영장을 청구함에 있어 청구이유 등이 기재된 청구서 및 소명자료를 제출하여야 하고, 법원은 이를 검토하여 채취대상자가 법률이 정한 죄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는지, 형벌의 내용이 지극히 경미하여 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 그 대상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여 영장을 발부하게 되는 점들에 비추어보면, 채취대상자가 영장 발부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절차가 봉쇄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형이 확정된 사람으로부터 단지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하는 데 불과하여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 영장 청구에서 엄격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합헌 반대의견을 냈다.

최씨 등은 2013년 8월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아울렛 매장 부근에 노점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매장 직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회원들과 함께 아울렛 매장 안에 침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2015년 10월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최씨 등은 이 판결이 확정된 후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디엔에이를 채취하자 "영장발부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