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자기 범행에 대한 허위 진술, 공범 도피 도왔어도 무죄"
[형사] "자기 범행에 대한 허위 진술, 공범 도피 도왔어도 무죄"
  • 기사출고 2018.08.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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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방어권 행사 범위에 속해"

자신의 범행에 대한 허위 진술이 결과적으로 다른 공범의 도피를 도운 것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8월 1일 강제집행면탈과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신 모(59)씨에 대한 상고심(2015도20396)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범인도피 혐의는 무죄로 보고 강제집행면탈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씨에게 허위 진술을 교사한 강 모(59)씨와 김 모(64)씨에게도 범인도피 교사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강씨는 강제집행면탈과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6월이 선고됐다.

강씨는 부산 사상구에서 운영하던 콜라텍을 2010년 1월 A씨에게 양도한 후, 11개월 후인 12월 이 콜라텍의 맞은편에 또 다른 콜라텍을 개업하여 운영하던 중, A씨로부터 콜라텍의 개업 · 운영에 관하여 수차례 항의 등을 받고 자신이 운영하던 콜라텍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김씨로 변경했다. A씨는 그러나 2012년 1월 부산지법에 강씨를 상대로 영업금지와 처분금지 등 청구소송을 냈고, 2012년 12월 '강씨는 콜라텍 영업을 계속하거나 영업의 임대, 양도 기타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강씨와 김씨는 A씨로부터 이 판결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하여 2013년 5월경 신씨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동의를 받아 콜라텍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김씨에서 신씨로 다시 변경했다. 이후 A씨로부터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당하자, 강씨 등은 신씨에게 실제로 콜라텍을 매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 신씨는 부탁대로 경찰관에게 자신이 실제로 콜라텍을 매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허위의 계좌거래내역을 제출하고 검찰주사에게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신씨에 대해서도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했다. 강씨 등은 이번에도 신씨에게 동일한 부탁을 하였고, 신씨는 마찬가지로 경찰에서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의 계좌거래내역을 제출했다. 신씨는 강제집행면탈과 범인도피 혐의로, 강씨는 강제집행면탈과 범인도피 교사혐의로, 김씨는 범인도피 교사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강씨는 이 외에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한 후 세무서에 제출한 혐의(사문서위조 · 동행사)로도 기소됐다.

1심은 신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강씨에게 징역 6월을, 김씨에게 벌금 7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신씨의 범인도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강제집행면탈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강씨와 김씨의 범인도피 교사 혐의도 무죄로 보았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도 신씨의 범인도피 혐의와 강씨, 김씨의 범인도피 교사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범인도피죄는 타인을 도피하게 하는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타인에는 공범도 포함되나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고, 공범 중 1인이 그 범행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러한 행위가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때 공범이 이러한 행위를 교사하였더라도 범죄가 될 수 없는 행위를 교사한 것에 불과하여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범인도피의 대상이 되는 강씨, 김씨의 범행은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하여 신씨에게 콜라텍을 허위로 양도하여 채권자 A씨를 불리하게 하였다는 것이고, 신씨는 허위양수인으로서 행위의 모습이나 관여 정도에 비추어 강제집행면탈죄의 공동정범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강씨 등에 대한 고소사건에서 신씨에 대한 조사는 콜라텍을 허위로 양수하였는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는 신씨를 포함한 공범자 모두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로서 그중 강씨 등의 범행에 관한 것만을 분리할 수 없고, 신씨가 콜라텍을 실제 양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허위로 진술하고 그에 관한 허위 자료를 제출하였고 그것이 강씨 등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범인도피죄가 성립할 수 없으며, 이는 신씨에 대한 고소사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강씨 등이 이러한 행위를 교사하였다고 해도 이는 범죄가 될 수 없는 행위를 교사한 것에 불과하여 범인도피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