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의 확인설명의무의 범위
중개업자의 확인설명의무의 범위
  • 기사출고 2006.06.27 21: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광석 변호사]
최근 대법원 홈페이지에 중개업자의 확인설명의무 범위와 관련한 대구지방법원의 판결이 소개된 바 있다.

◇최광석 변호사
다가구주택의 일부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함에 있어, 부동산등기부상에 표시된 근저당권 내용만 설명하고, 그 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내역(보증금, 기간 등)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하지 못한 중개업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임대차계약체결 당시에 다가구주택 시세에 비해 다른 기존의 세입자보증금이 과도하게 많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인데 중개업자가 이를 알려주지 않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그 주택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결국 기존의 임대차보증금으로 인해 자신의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임차인이 중개업자(중개업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중개업자의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이런 사례에 대해 중개업자의 책임이 인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필자가 아는 것만 하더라도 몇차례는 되지만, 이러한 법원에 판단에 대해 일선 중개업계는 ‘법원이 중개실무를 이해하지 못해 중개업자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다가구주택 일부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이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다가구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임대차내역을 파악하기란 쉽지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가구주택 건물주인 임대인의 협조가 필요한데, 임대차계약할 대상이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한 확인을 하자고 하면 임대인이 거부하기 때문에, 결국 법원의 기준대로라면 다가구주택에 대한 중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중개업자는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중개업무를 위임받은 수임자로서 민법 681조에 근거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아울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근거한 확인설명의무가 있다.

물론 중개업자로서의 확인설명의무 대상은, 중개의뢰인으로부터 한정된 보수를 받는다는 한계, 타인의 업무를 대신하는 직업인으로서의 한계 등으로 인해 중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이 될 수는 없지만, 해당 중개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 즉 부동산거래목적, 거래의 성격, 거래 당시 거래당사자간에 거래의 중요한 쟁점으로 삼은 사항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확인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시각으로 다가구주택의 임대차중개를 살펴보자.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임차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계약이 종료되었을 때 해당 임대차목적물이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 권리상태인지이다.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선순위저당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때문이다.

그런데 다가구주택은, 호실별로 구분하여 등기가 된 다세대주택과 달리, 호실별로 구분등기가 되지 않아 전체건물자체가 하나의 부동산이다.

따라서, 임대인이 자력이 없게 되면 건물전체가 경매될 수 밖에 없는데, 경매과정에서 건물세입자들간의 배당순위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춘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세입자들로 인해 나중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거주하는 세입자의 보증금반환이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는 배당순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다른 세입자들 역시 임대차를 고려하는 임차인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등기부상에 나타나는 선순위 권리(저당, 압류 등) 뿐 아니라, 배당순위에서 선순위가 될 수 있는 기존 세입자들의 임대차내역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에, 구분등기된 다세대건물 중 하나의 호실을 임대차할 경우에는,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다른 호실의 기존 임대차내역은 새로운 임차인이 알아야 될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중개업자의 업무범위 역시 이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중개실무는 기존의 관행에 집착하여 이 부분에 대한 확인설명이 소흘한 실정이다.

‘다른 호실의 임대차내역까지 확인하자는 요구를 임대인이 거절할 경우 임대차계약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일선 중개업계의 입장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동산을 소개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다가구주택의 시가가 임대차보증금 합계에도 미치지 못해 전입신고, 확정일자가 늦은 임차인이 경매과정에서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임대인이 꺼린다는 이유로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아무일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중개해버리는 것은 부동산전문직업인의 양심에 맞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다가구주택의 임차인들은 대체로 서민들이고 그들에게 있어 보증금이란 전재산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모름지기, 부동산중개업자는 부동산업계의 전문가의 자격으로 부동산거래당사자들간에 잘못된 거래관행이 형성되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부동산중개업계의 실력과 여건에 비추어 그만한 능력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따라서, 다가구주택 임대차중개를 함에 있어서도 비록 임대인이 다른 호실의 임대차내역공개를 꺼리더라도 임대인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책임이 있고, 또 중개업자가 설득하면 임대인도 마지못해서라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끝내 확인을 거부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물건으로 판단해서 중개를 거부하고 다른 물건을 소개하면 될 것이다.

이런 중개관행이 정착되면 결국 최종적인 손해는 임대를 하지 못하게 되는 임대인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임대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도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될 것이다.

한편, 다가구주택을 임차함에 있어 임대차대상인 부분이 아니라 다른 기존의 임대차내역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위와 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중개업자의 확인설명의무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히 고민해야 할 과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개업자가 다른 세대의 임대차내역을 확인함에 있어, 임대인에게 구두상으로만 확인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임대차계약서와 같은 서류상의 확인까지 해야하는지, 아니면 직접 해당 임차인을 탐문해서 임대차내역에 대해 추가확인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임대차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서를 보여주지 않은채 임대차내역에 대해 거짓말로 잘못 알려주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임대차계약서를 허위내용으로 위조하는 방법(임대차보증금을 실제보다 적게 기재하는 등)으로 임대차내역에 대해 잘못 알려준 경우에, 이를 믿고 임차인에게 그대로 설명한 중개업자의 법적인 책임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다가구주택의 일부를 임대차함에 있어 어떤 방법으로던간에 다른 호실의 임대차내역을 알려주는 경우가 드문 지금의 현실하에서는 임대차내역을 알려주는 적확한 “방법”에 대해서는 재판실무에서나 학계에서 아직 쟁점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다른 호실 임대차내역에 대해 고지하는 관행이 정착되면, 주택시세에 비해서 기존의 세입자보증금이 과도하게 있는 임대인의 경우에는 기존의 세입자보증금 부담 때문에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임대를 놓기 위해 임대차계약서 위조 등의 방법으로 기존 임대차내역에 관해 거짓말을 하는 사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중개업자가 어느 정도의 확인을 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 사견으로는, 기존 임대차내역의 확인을 임대인의 말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기존 임대차계약서를 직접 확인하는 정도의 노력은 최소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재산이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고, 임차인에게 있어 임대차보증금은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상황에서, 소중한 보증금을 손해보지 않도록 하는 더욱 각별한 주의와 책임감이 중개업자나 임차인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본지 편집위원(lawgate8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