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로보트태권브이, 마징가Z와 다른 독립적 저작물"
[지재] "로보트태권브이, 마징가Z와 다른 독립적 저작물"
  • 기사출고 2018.08.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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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외관상 차이 뚜렷"

국산 만화 캐릭터인 '로보트태권브이'는 일본의 로봇 캐릭터인 '마징가Z' '그레이트마징가'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저작물이라고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이광영 판사는 7월 27일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가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로보트태권브이(이하 태권브이)와 유사한 나노블록 완구를 제조 · 판매한 정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7가단5200699)에서 태권브이는 일본의 마징가Z를 모방한 것이라는 정씨의 주장에 대해 이같이 판시하고, "정씨는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는 태권브이에 관한 미술 · 영상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는, 완구류 수입 ·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정씨가 2016년 5월경부터 제조 · 판매한 나노블록 완구가 태권브이와 유사해 저작권을 침해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아 2018년 6월 확정됐다.
 
정씨는 "태권브이는 일본의 마징가Z 또는 그레이트마징가를 모방한 것이어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태권브이가 일본의 로봇 캐릭터인 마징가Z의 영향을 받은 것임은 원고 역시 인정하고 있으나, 태권브이는 미술저작물과 영상저작물로 등록되어 있는 저작물로서, 마징가Z 또는 그레이트마징가와 외관상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태권브이는 마징가Z 또는 그레이트마징가와는 구별되는 독립적 저작물[1차적 저작물(원저작물)] 또는 이를 변형 · 각색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태권브이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일본 문화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마징가Z 또는 그레이트마징가와는 외관상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어 "피고 제품은 가슴 부분에 새겨진 빨간색 V자 형태 뿐만 아니라 태권브이의 여러 가지 특징들, 즉 머리 위쪽의 빨간색 뿔, 이마 부분에 머리띠를 두른 듯한 형태와 띠 위의 빨간색 점, 머리 양 옆 중간 부분의 뿔 모양, 빨간색 턱 부분과 그 가운데의 노란 점, 팔 부분에 있는 2개의 뿔 모양 등의 형태와 색깔을 거의 동일하게 블록 형태로 재현하여 태권브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하고, 피고 제품의 머리와 다리의 비율 등이 태권브이와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은 조립형 캐릭터 완구에서 흔히 있는 일로서 원고로부터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 · 판매되는 완구제품 역시 마찬가지"며 "결국 피고 제품은 원고의 태권브이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또 "우리 제품은 나노블록의 특징으로 인하여 다양한 형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판사는 "피고 제품이 다양한 형태로 조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포장 박스 전면에는 로봇 형태로 조립하였을 때 나타나는 가슴 부분과 빨간 색 V자 형태가 그려져 있고, 포장 박스 옆면에도 로봇 형태로 조립한 머리 부분과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나타나 있으며, 동봉된 조립 설명서에도 로봇 형태로 조립하는 순서가 나와 있어, 피고 제품의 주된 조립 형태는 로봇, 즉 태권브이 모양이라고 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로봇의 조립에 관한 내용만이 설명서에 나와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제품 포장 박스에 '9세 이상'이라고 되어 있는바, 주로 초등학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가 대개의 경우 과연 로봇이 아닌 다른 형상을 만들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원고가 5000만원의 통상 사용료를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저작권 사용계약과 캐릭터 상품화 사용계약, 피규어 라이센싱 계약 등은 상표에 대한 사용이 포함된 경우가 존재하고, 피고의 경제적 지위나 영업규모 등에 관한 자료가 현출된 바 없어 각 계약상의 이용료 등을 저작권법 125조 2항이 정한 통상 사용료로 하여 그대로 피고에 대하여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태권브이의 인지도, 경제적 지위 등을 참작하여 손해액을 4000만원으로 정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