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24년 전 음주운전 숨긴 중령 명예전역 선발 제외 정당"
[행정] "24년 전 음주운전 숨긴 중령 명예전역 선발 제외 정당"
  • 기사출고 2018.08.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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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소급효 금지 위반 아니야"

임관 28년 만에 명예전역을 신청한 영관급 장교가 24년 전 적발되어 민간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명예전역 대상에서 탈락했다. 이 예비역 중령은 소급효 금지 위반 등을 주장하며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을 취소하라"고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소송(2018구합51232)을 냈으나,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7월 27일 "이유 없다"며 이 예비역 중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1989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28년만인 2017년 3월 희망전역한 A씨는 군 복무 중이던 1993년 2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두 달 후인 4월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이 사실을 소속 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A씨는 2017년 1월 군인 명예전역 시행계획에 따라 국방부에 명예전역을 신청했으나, 명예전역 비선발(명예전역수당지급 선발제외) 처분을 받았다. 처분서에 기재된 비선발의 이유는 '예산부족'. 이에 A씨가 중앙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국방부장관은 소청심사에 음주운전 사실을 들어 'A씨가 군인 신분을 은닉하고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군인으로서 명예롭지 못한 행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명예전역심사위원회에서 비선발 결정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소청심사위가 A씨의 청구를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무려 24년 전의 일을 명예전역 선발심사의 기준으로 문제 삼아 당연히 부여받아야 할 이익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 13조가 규정하는 소급효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명예전역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는 20년 이상 근속한 군인들 중 정년 전에 자진하여 전역하는 자의 신청을 받아 심사한 후 지급대상자와 지급액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두14231 판결 참조), 명예전역 대상자로 선정되어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가 원고의 군인으로서의 신분에 내재되어 당연히 보장되는 재산권이라고는 볼 수 없어 명예전역 대상자 선정심사 시점에 원고의 군복무 기간 전반에 있었던 제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처분의 근거가 된 2017년 전반기 군인 명예전역 시행계획 중 선발제외 대상 부분과 군방인사관리 훈령 96조 2항은 피고가 명예전역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정한 피고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이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실질적인 이유로 삼은 것이라 하더라고 그것만으로 소급효금지의 원칙에 위반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실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의 실질적인 이유는 '원고가 군인 신분을 은닉하고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군인으로서 명예롭지 못한 행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명예전역심사위원회에서 비선발 결정을 하였기 때문'이고, 원고가 이 형사처벌 사실을 소속 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다만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의 실질적인 이유에 원고가 형사처벌 사실을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더라도 장교인사관리규정은 '민간검찰과 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징계권을 가진 직속 지휘관에게 즉시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지휘관이 소속 군인이 민간영역에서 받은 형사처분 등의 내용을 파악함으로써 적정한 징계권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군 조직의 내부 기강을 바로 잡아 군의 위신과 군인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으로, 군인 신분의 특수성과 군이라는 조직이 갖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이 규정이 군인에게 기대가능성이 없는 보고의무를 부당히 강요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고가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고도 이를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 처분의 이유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엄격한 기강이 요구되는 군 조직의 특성상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음주운전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한 점, 피고는 음주운전과 관련한 예방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모든 군인에 대하여 음주운전을 엄격히 금지해온 점, 군은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식 명령 하달과 준수 체제를 기본으로 하는바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고도 이를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 결코 가벼운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은재 기자(eunaj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