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국민참여재판 원하지 않았어도 안내 못받았으면 재판 무효"
[형사] "국민참여재판 원하지 않았어도 안내 못받았으면 재판 무효"
  • 기사출고 2018.08.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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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항소심 재판 다시 하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1심법원이 공소장을 송달하면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송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피고인이 1회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송달받지 못한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진술했더라도 재판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월 20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 모(43)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7036)에서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판시, 징역 3년 6월 등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심법원은 김씨의 박 모(여 · 당시 23세)씨와 임 모(여  · 당시 22세)씨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심리하던 중인 2017년 9월 13일 또 다른 여성(20)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이 추가로 기소되자 이를 병합하였으나, 병합된 강제추행 사건의 공소장과 병합결정문을 송달하면서 별도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송달하지는 않았다. 1심법원은 닷새 후인 9월 18일 병합사건에 대하여는 최초로 진행된 공판기일인 4회 공판기일에서 김씨에게 병합사건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를 송달받았는지와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한 의사를 물어보았다. 김씨는 공소장과 함께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를 받았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 김씨에게 임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2건의 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월,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김씨와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어 같은 형이 선고되었으나, 대법원에서 1심 재판 당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송달하지 않은 대목이 문제가 되었다. 김씨는 상고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희망 의사의 번복에 관한 일정한 제한(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8조 4항)이 있는 외에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으므로, 1심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임을 간과하여 이에 관한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더라도,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이와 같은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삼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그 하자가 치유되어 1심 공판절차는 전체로서 적법하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하고, "다만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이 권리를 침해한 1심 공판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법 8조 1항,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3조 1항에 준하여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가 이루어지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1심은 2017년 9월 18일 4회 공판기일에서 병합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확인하였으나, 당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교부하거나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거나 그 희망 여부에 관한 상당한 숙고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하여 의사의 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1심은 바로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으므로,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보아야 하고, 한편 원심이 피고인에게 부착명령 사건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와 안내서를 송달하고 피고인이 원심 1회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거나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하더라도, 병합사건에 관하여는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와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사전에 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병합사건에 관한 1심의 공판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어 그에 따른 판결이 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1심법원이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공판절차상 하자가 항소심에서 적법하게 치유되었음을 전제로 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니 다시 재판하라는 것이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