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대기시간에 차량 점검하고 요금통 설치…휴게시간 아니야"
[노동] "대기시간에 차량 점검하고 요금통 설치…휴게시간 아니야"
  • 기사출고 2018.08.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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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버스회사의 휴게시간 공제 청구 기각

버스기사가 퇴사한 후 임금과 퇴직금을 못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회사 측에선 원고에게 휴게시간을 제공하였으므로 그 시간을 제외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그러나 여러 증거상 휴게시간이 주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직 버스기사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법원은 특히 대기시간을 차량을 점검하고 요금통을 설치하는 등 운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면 이를 휴게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정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고충정 부장판사)는 6월 21일 전직 버스기사 A씨가 못맏은 임금과 퇴직금을 달라며 서울 동대문구에 본사가 있는 B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7나211901)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과 퇴직금 합계 12,383,456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는 마을버스 운송업 등을 경영하는 B사에서 2014. 4. 1.부터 2015. 6. 2.까지 1년 넘게 버스기사로 재직하다가 퇴사했으나,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해 2016. 7. 5.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으로부터 임금과 퇴직금 등 합계 16,924,145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내용의 체불 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B사의 대표이사는 또 2017. 7. 6.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A에게 임금 합계 14,062,192원, 퇴직금 2,861,953원 등 모두 16,924,145원을 A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A는 임금과 퇴직금 합계 12,383,456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B사를 상대로 이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으나 B사가 항소한 것이다.

B사는 특히 항소심에서 "원고가 오전근무를 하였을 때의 근로시간은 7시간 10분이고, 오후근무를 하였을 때의 근로시간은 8시간 30분이며,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1일 1시간의 휴게시간이 있었으므로 휴게시간을 제외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고, 임금과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오후근무자들에게 저녁식사 시간이 보장되었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오전근무와 오후근무를 모두 하였기 때문에 오후근무에만 해당하는 식사시간이 규칙적으로 부여된 휴게시간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 스스로 식사시간은 이미 제외하여 청구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으며,  피고는 원고에게 배차시각을 미리 알려주었기 때문에 종점도착시각으로부터 기점출발시각까지의 대기시간은 원고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주장하나, 종점도착시각은 도로 사정 등에 따라 변동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규칙적으로 보장되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피고는 배차간격이 6분이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직접 작성한 차량운행일지에 따르면 대기시간이 6분보다 짧았던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위와 같은 대기시간이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장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는 근무자들이 대기하는 회사 종점에는 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지 않고 버스기사들을 간섭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버스기사들은 회사 종점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와 함께 대기하였던 것으로 보여 버스를 방치하고 완전한 자유시간을 가지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차량을 점검하고 요금통을 설치하는 등 운행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대기시간을 사용하기도 하였고, 피고의 회사 종점에 별도의 휴게 공간도 없었던 곳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수당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수당, 퇴직금 등을 이미 지급받았음을 자인하며 이를 제외하고 청구를 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고 밝혔다.

피고는 원고가 청구한대로 임금과 퇴직금 합계 12,383,45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대법원 판결(2014다74254 등)을 인용,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 · 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고,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며,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