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박근혜 비판기사 강의자료로 배부…선거법 위반 무죄"
[선거] "박근혜 비판기사 강의자료로 배부…선거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18.07.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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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교수의 자유 폭넓게 보장 의미"

대학강사가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예비후보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학생들에게 강의자료로 배부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일까.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월 12일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학강사 유 모(51)씨에 대한 상고심(2014도3923)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학문의 자유'의 한 내용인 '교수(敎授)의 자유'의 의미와 제한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로, '교수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법리를 정립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영남대에서 사회학과 시간강사로 일하던 유씨는 18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전인 2012년 9~10월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의 강의에서 세 차례에 걸쳐 당시 예비후보자였던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10개의 신문기사를 복사해 강의 보조자료로 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씨가 나눠준 신문기사에는 '고고하고,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그래서 독선적이다',  '일본 장교 출신으로 헌정 파괴를 자행했던 아버지가 억압적으로 강탈한 것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 땅의 어느 딸에게' 등 박근혜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1, 2심 재판부는 유씨에게 사전선거운동,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선거에 관한 기사의 통상방법 외의 배부 금지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교수의 자유는 학문의 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교수행위는 연구결과를 전달하고 학술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비판과 자극을 받아들여 연구성과를 발전시키는 행위로서 그 자체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자유롭게 거칠 수 있어야만 궁극적으로 학문이 발전할 수 있고,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어느 교수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교수행위가 객관적으로 보아 외형만 교수행위의 모습을 띠고 있을 뿐 그 내용과 방법이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인이 특정한 선거에 출마하였거나 출마할 예정이라고 하여 그와 관련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한 평가나 비판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교수하는 행위를 모두 선거운동으로 보게 되면 선거운동 금지기간에는 그러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관한 학문연구와 교수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결과가 되어 학문적 연구와 교수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따라서 어느 교수내용과 방법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해당 교수행위가 학문적 연구와 교수활동의 본래 기능과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선거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볼 수 없고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의사를 가진 행위라고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강좌에서 배부한 기사들은 중앙 일간지에 게재된 역사학과 교수, 언론인, 소설가, 논설위원 등의 칼럼 또는 사설들로, 여기에는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그 주된 내용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과 평가,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 비평, 유신시대 인권침해 관련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 소개 등"이라며 "피고인이 강의에서 강의자료로 배부한 신문기사들 중 일부에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그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 중에 포함된 선거인의 관점에서 (피고인의) 교수행위가 학문적 연구결과의 전달이나 학문적 과정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18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박근혜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는 행위를 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유씨의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유씨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 97명 중 강의평가를 한 학생은 87명이었고 강의평가를 한 학생 중 4명이 강의 중 유씨의 정치적 성향이 나타난 것을 지적하였다. 또 그 중 1명만 특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배부한 것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였을 뿐이고 유씨가 구체적으로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발언을 하였다는 내용은 없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