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버스기사의 운행 대기시간은 근로시간 아니야"
[노동] "버스기사의 운행 대기시간은 근로시간 아니야"
  • 기사출고 2018.07.1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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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휴식 등 대부분 자유롭게 활용"

버스운전기사들이 버스 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6월 28일 버스기사 문 모(55)씨 등 5명이 "운행준비와 가스충전, 대기시간 등 초과 근로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H사 등 버스회사 2곳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3다28926)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에게 각각 170만~478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대기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본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피고들이 소속된 서울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원고들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조 서울시버스노조는 매년 임금협정을 체결, 근로시간과 연장근로수당에 관하여 '주간 5일은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1시간을 포함한 9시간으로 하고, 근무시간 중에 휴식시간을 준다'고 약정했다. 문씨 등은 그러나 "버스운행시간 외에 1일 20분씩의 운행준비 및 정리시간 20분과 가스충전 및 교육시간, 대기시간 등도 노동시간에 포함해야 하고, 이 경우 200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실근로시간이 임금협정에서 정한 약정근로시간 9시간을 초과하게 되므로, 초과한 근로시간에 대하여 약정 시간급의 150%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운행준비 및 정리시간과 가스충전 및 교육시간은 물론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문씨 등에게 170만∼478만여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버스회사 측에서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고,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 내용과 해당 사업장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이 방해되었다거나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소속된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원고들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1일 근로시간을 기본근로 8시간에 연장근로 1시간을 더한 9시간으로 합의하였는데, 이는 당시 1일 단위 평균 버스운행시간 8시간 외에 이 사건 대기시간 중 1시간 정도가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은 대기시간 동안 식사나 휴식 외에 청소, 차량점검 및 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므로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이 대기시간 동안 임금협정을 통해 근로시간에 이미 반영된 1시간을 초과하여 청소, 차량점검 및 검사 등의 업무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들이 대기시간 중에 원고들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원고들을 지휘 · 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도 대기시간에까지 피고들의 지휘 · 감독권이 미친다고 볼 만한 규정은 없으며, 오히려 임금협정과 피고들의 취업규칙은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면서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기는 하였으나 다음 운행버스의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버스운전기사들이 이를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들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은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등 대기시간 대부분을 자유롭게 활용한 것으로 보이고,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원고들이 버스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에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충정이 상고심에서 피고 측을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