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군 훈련 중 부상으로 남은 흉터 7㎝, 두발로 가려져도 공상 인정 가능"
[행정] "군 훈련 중 부상으로 남은 흉터 7㎝, 두발로 가려져도 공상 인정 가능"
  • 기사출고 2018.07.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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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이등급 판정과 별개"

군에서 훈련을 받다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돌에 부딪쳐 26년이 지난 현재 머리에 7㎝ 정도의 흉터만 남아 있고, 이 상처가 머리카락으로 가려 보이지 않아 상이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상처와 군 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공상 인정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이등급의 판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공상으로 인정되면 의료지원을 받을 여지가 있어 의미가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월 15일 이 모씨가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과 보훈보상대상자 등록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두35292)에서 이같이 판시, 이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988년 육군에 입대하여 하사로 복무하다가 1991년 만기전역한 이씨는 "1989년 9월 무렵 산악구보 훈련 중 넘어지면서 머리를 돌에 부딪쳐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5년 1월 '머리 두개골'을 상이부위로 하여 국가유공자등록을 신청하였으나, 상처와 군 복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가 1989년 9월 무렵 머리 부위에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이나, 이와 관련한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의 병상일지 등 의무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씨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선 '이씨가 군에서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상처를 입었고 그로 인하여 눈썹 위 머리 부위에 7㎝ 정도의 흉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두발을 스포츠형 등으로 짧게 깎거나, 손으로 두발을 헤치는 경우에는 흉터가 보이나 일반적인 두발형태를 하는 경우에는 상처가 두발로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가유공자법 시행규칙 8조의3은 "외모의 흉터 중 반흔 · 선상흔과 조직함몰의 경우에는 눈썹 · 두발 등으로 감추어지는 흉터는 상이등급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공상군경과 재해부상군경에 관한 요건과 그 등록절차에 관한 법령들의 규정을 종합하면, 국가유공자법의 공상군경과 보훈보상자법의 재해부상군경에 관한 등록 절차는 법령이 정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절차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하나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 · 의결을 거쳐 해당 상이가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의 상이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절차(공상인정절차)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검사를 통해 그 공상이 법령에서 정한 상이등급에 해당하는지를 판정하는 절차로, 위 두 절차는 그 순서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된다"고 전제하고, "상이 정도가 국가유공자법령과 보훈보상자법령이 정한 상이등급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공상인정절차에서 공상에 해당한다고 인정된 다음 상이등급 판정 단계에서 따져야 하고, 공상인정절차에서 고려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상처로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될 수 있는 정도의 장해가 남아 있지 않다는 등의 사정은, 상이가 인정된 이후 상이등급 판정 단계에서 따져야 할 것이지, 공상인정절차에서 고려할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원고의) 상처와 군 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의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 사건에서, 법원이 상처와 군 복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상이등급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사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과 보훈보상대상자 등록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고, 설령 원고가 상이등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원고는 '공상이 인정되나 상이등급의 판정을 받지 못한 사람'으로서 국가유공자법 73조의2, 보훈보상자법 51조의2 또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20조에 따라 의료지원을 받을 여지가 있으며, 이처럼 공상 인정은 그 자체만으로 실익이 있다는 점에서도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과 보훈보상대상자 등록거부처분을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