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변호사들, 한국 전자소송에 감탄사 연발
日 변호사들, 한국 전자소송에 감탄사 연발
  • 기사출고 2018.07.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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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일 지재사법 심포지엄' 참가기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KIPLA)가 출범한지 벌써 만 4년이 넘어간다. KIPLA는 출범 당시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교류를 목표 중의 하나로 하여, 어느 나라의 변호사 자격자인지를 불문하고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라면 누구든지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에 더하여, 해외의 지적재산권 분야 변호사들과의 교류를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KIPLA가 출범하여 2년여 되었을 무렵 일본 지적재산권 변호사들과 친분이 있는 몇몇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KIPLA와 IP Lawyers Network Japan(일본 지재넷)이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여, 양국 상호간의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이해를 넓힘과 동시에 친분을 쌓는 계기로 삼는 것이 어떠하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일본 지재넷은 2004년 무렵 결성된 지적재산권 분야의 변호사들의 모임으로, 회원들 사이에 지적재산권 관련 이슈에 관하여 스스럼 없이 토론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등 현재까지도 매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KIPLA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 좋은 귀감이 되고 있는 모임이다.

장시간의 논의 끝에 2017년 봄 서울 코엑스에서 양국의 변호사들이 모여 제1회 공동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고, 공동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인가에 대하여 미리 정해진 것은 없었지만, 지난해 참가하였던 양국 변호사들의 뜨거운 호응 아래 올해는 일본에서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양국 판사들도 참석

작년의 성공적인 개최 덕분인지 지난 4월 20일 교토에서 진행된 올 심포지엄엔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은 변호사들이 참가하였다. 올해는 특별히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의 시미즈 마사오(清水 節) 소장과 쓰루오카 도시히코(鶴岡 稔彦)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한규현 부장판사, 특허법원 정택수 판사 등 양국 법원의 판사들이 참석하여 강연 및 코멘트를 해주어서 양국 판사들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는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되었다.

◇4월 20일 교토에서 열린 한일지재사법심포지엄 2018 모습.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KIPLA)와 IP Lawyers Network Japan(일본 지재넷)이 공동 개초한 이번 행사엔 특히 양국 법원의 판사들도 참석해 강연 및 코멘트를 해주어 더욱 의미가 컸다는 게 심포지엄에 다녀온 참석자들의 소감이다.
◇4월 20일 교토에서 열린 한일 지재사법 심포지엄 2018 모습.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KIPLA)와 IP Lawyers Network Japan(일본 지재넷)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엔 특히 양국 법원의 판사들도 참석해 강연 및 코멘트를 해주어 더욱 의미가 컸다는 게 심포지엄에 다녀온 참석자들의 소감이다.

일본 내에서 행사 개최 장소가 문제였는데, 마침 본 행사를 기획하였던 같은 날에 일본 지재넷의 연차총회가 예정되어 있어 총회가 열릴 교토로 장소를 정하게 되었다. 심포지엄이 열린 것이 4월 하순이어서 이미 벚꽃은 다 지고 없었지만, 교토의 고즈넉한 풍경은 연일 격무로 지친 참가자들의 마음에 휴식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였다.

심포지엄은 시미즈 소장의 "실용품의 디자인 보호의 최근 동향"에 관한 기조강연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에서도 입체적 실용품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의장법(우리나라의 디자인보호법에 상응),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다는 점과, 각 법률에 따른 실용품의 디자인 보호 사례를 간략히 소개해주었다. 특히 본인이 판결을 내린 사건이라 쑥스럽다고 하면서 'TRIPP TRAPP 사건(지적재산권고등재판소 평성27년 4월 14일 판결)'을 소개하였는데, 이는 응용미술로서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종전 재판례의 다수가 추구하고 있던 고도의 예술성에 대한 요건을 부정하여, 유아용 의자에 대해서 저작물성을 인정한 사례로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하였다.

유아용 의자에 저작물성 인정

두 번째 기조 강연은 한규현 부장판사가 맡았다.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소송제도의 특징에 대한 안내와 함께 일본 지재넷의 특별 요청으로 전자소송제도에 대하여 소개를 해주었다. 일본 변호사들이 특히 관심을 가진 부분은 전자소송제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여전히 모든 소송이 종이소송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방대한 양의 서면이나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 그에 수반하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탓에, 도입된 지 9년째에 접어들어 안정기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전자소송제도를 많이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모든 소송서류들을 전자소송 사이트에 접속 후 클릭하여 조회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는 법원 동영상 소개자료를 보면서 필자의 옆자리에 앉은 한 일본 대형 로펌 소속의 변호사가 연신 부러움의 감탄사를 내뱉는 것을 보고,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전자소송 시스템의 편의성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마지막 기조 강연으로 이토 히로유키(伊藤 浩之) 일본 법무성 법무종합연구소 국제협력부 부부장이 일본 법무성이 미얀마 등 아시아 각국의 법제도 정비를 위하여 지원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를 소개하였다. 이후 전해들은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등에 법률지원을 하고자 여러 가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으나, 한발 앞선 일본의 법률지원에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이미 일본법과 상당히 유사한 체계로 법률이 정비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영업비밀에 관한 판결 및 실무 동향"에 관하여 양국의 발표 및 토론이 이루어졌다. 한국측에서는 김원 변호사가 한국 영업비밀사건의 특징,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유기적인 활용, 전직금지청구와 관련한 문제, 비밀관리성에 대한 판단 기준 등을 발표하였고, 토론자로서 전응준 변호사가 침해금지기간을 설정한 최근의 판결례 등을 소개한 후 법원의 판단 기준 및 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소개하였다. 일본측에서는 호시 다이스케(星 大介) 변호사가 일본에서의 영업비밀의 보호요건에 대하여 다수의 판례를 들어 소개하였고, 하야카와 히사시(早川 尚志) 변호사가 영업비밀과 관련하여 일본의 형사절차 및 민사절차를 둘러싼 문제점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영업비밀 보호기간 한정 않기도"

이에 대하여 쓰루오카 도시히코 판사는 우리나라의 영업비밀침해금지 판결에서 영업비밀의 보호기간을 한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과, 보호기간 설정과 관련한 입증의 문제, 영업비밀의 특정의 문제와 함께 전체적인 관점에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에 대해 한규현 부장판사는 최근 들어 기간을 한정하는 판결이 다수 있기는 하나, 사안에 따라서 계속된 영업비밀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기간을 한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고 답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디자인의 보호의 실무적 동향"에 관한 양국의 발표 및 토론이 이루어졌다. 일본측에서는 오스미 히로시(大住 洋) 변호사가 의장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상표법 각각에 의한 디자인 보호에 관한 다수의 판례를 소개하였는데, 그 중 인상 깊었던 최근의 사례로, 점포의 외관에 관하여 현저한 특징성과 주지성을 획득하였음을 이유로 주지 상품 표지로 인정하여 이를 그대로 모방한 자에 대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고메다 커피점 가처분 사건(동경지방재판소 2016. 12. 19. 판결)'이 있다. 토론자인 스에요시 와타루(末吉 亙) 변호사는 각 소개된 판결에 대한 견해를 밝혔는데, 위 고메다 커피점 가처분 사건에 대하여 이 사안은 소위 말하는 데드카피(dead-copy)의 경우에 해당하여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뿐, 일반론으로서 점포의 외관을 디자인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측에서는 곽부규 변호사가 디자인 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 상표법에 의해 물품의 디자인이 보호된 대표적인 판례들을 소개하였고, 토론자로서 홍동오 변호사가 한국과 일본에서의 디자인에 대한 판단기준을 비교하여 발표하였다.

양국의 판결 동향 등을 이해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우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에서 모든 세션이 마무리 되었다. 이후 세미나장인 교토시 국제교류회관 근처에 위치하고, 비와호(琵琶湖)에서부터 흘러온 물길이 지나가는 난젠지(南禅寺)에 잠시 들른 후, OKAKU EN(桜鶴苑)에서, 일본 지재넷에서 준비한 만찬에 참석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이 교토에서 열린 만큼 "시마노센자이(島の千歳)"라는 제목으로 일본 전통 예술인 나가우타(長唄) 공연까지 준비해주어 아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식사시간 내내 참가자들은 세미나장에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각자 나름대로의 교류를 이어갔다.

내년에는 다시 서울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또 앞으로는 젊은 변호사들이 더욱 활발히 교류하여 양국의 지적재산권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약속하면서 짧지만 뜻깊었던 심포지엄 행사를 마무리 하였다.

정원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