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의 효율성 강화하는 'Emergency Arbitration', 'Expedited Procedure', 'Early Dismissal'
국제중재의 효율성 강화하는 'Emergency Arbitration', 'Expedited Procedure', 'Early Dismissal'
  • 기사출고 2018.07.0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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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AC 아카데미 2018' 이틀간 열려

싱가폴국제중제센터(SIAC) 아카데미가 서울에서 6월 15~16일 이틀에 걸쳐 "Time and Cost Savers at SIAC: Emergency Arbitration, Expedited Procedure and Early Dismissal"를 주제로 강연 및 실무교육 세션을 개최했다. 'Emergency Arbitration', 'Expedited Procedure', 'Early Dismissal' 절차는 국제중재의 핵심적인 장점 중의 하나인 효율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이번 행사는 중재 전문가 패널들의 발표와 참가자들의 실제 서면 작성, 모의심리 등의 알찬 내용으로 진행되어 한층 주목을 받았다.

◇6월 15~16일 서울에서 진행된 'SIAC 아카데미 2018' 행사에서 SIAC Court of Arbitration 멤버인 박은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6월 15~16일 서울에서 진행된 'SIAC 아카데미 2018' 행사에서 SIAC Court of Arbitration 멤버인 박은영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15일 첫 번째 세션에서는 중재 실무자의 관점에서 Emergency Arbitration의 이론과 실무에 대한 중재 전문가 패널의 발표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SIAC Court of Arbitration의 멤버이자 김앤장 국제중재팀의 co-chair인 박은영 변호사가 사회자로서 논의를 이끌었고, SIAC의 의장이자 Wilmer Cutler Pickering Hale and Dorr의 국제중재팀을 이끌고 있는 Gary Born 변호사, 현 서울대 로스쿨 교수이자 전문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Benjamin Hughes, Quinn Emmanuel Urquhart & Sullivan의 아시아 국제중재팀을 이끌고 있는 John Rhie 변호사, 그리고 법무법인 광장의 국제분쟁팀의 cochair를 맡고 있는 Robert Wachter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Emergency Arbitration이라 함은 최종 중재판정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분쟁의 대상 등이 처분되거나 멸실되는 등 사실관계의 변경으로 인해 현저한 손해를 입을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당사자의 요청으로 중재기관이 선임하는 단독 중재인이 'emergency interim relief', 즉 가처분과 유사한 개념의 긴급한 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는 제도이다. SIAC은 세계 여러 중재기관 중 가장 앞서서 이와 같은 절차를 마련한 기관 중의 하나로, Emergency Arbitration을 시행한 비교적 오랜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16년 SIAC 중재규칙을 더욱 가다듬어 긴급 중재인이 선임된 후 14일 이내에 emergency interim relief를 내리도록 기한을 추가하는 등 효율적이고 신속한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중재인 선임 후 14일 이내 내려야

두 번째 세션에선 중재인, 그리고 Tribunal의 관점에서 emergency interim relief가 부여되는 기준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중재가 제기된 본안에 대한 판단이 있기 전 임시처분이 내려지는 것이고, 각 당사자들의 법률적 주장이나 사실적 증거의 뒷받침이 깊이 있게 제기되기 전이므로, 긴급 중재인의 관점에서는 prima facie case의 존재와 임시조치가 내려지지 않을 경우 당사자가 현저한 손해를 입거나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가 판단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한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중재판정문 작성에 관한 조언과 중재판정문 초안에 대한 SIAC 사무국의 검토(Scrutiny) 절차에 대한 중재 전문가 패널의 발표와 논의가 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국제중재팀을 이끌고 있는 김갑유 변호사의 사회로, Gary Born, White & Case의 국제중재 분야 파트너인 김준희 변호사, SIAC의 Deputy Registrar이자 Centre Director를 맡고 있는 Kevin Nash 변호사, 그리고 SIAC Court of Arbitration의 멤버이자 Wong Partnership의 chairman 겸 시니어 파트너인 Alvin Yeo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 세션은 Emergency Arbitration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판정문의 작성과 그에 대한 SIAC 사무국의 scrutiny에 대한 논의로 진행되었다.

판정문 형식 수정 제안 가능

SIAC 중재규칙 32.3조에 의하면, 중재판정부는 중재판정을 내리기 전에 항상 해당 판정문의 초안을 사무국에 제출하여야 하고, 사무국은 중재판정문의 형식에 대하여 수정 제안을 하거나 중재판정부의 판단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실체적 쟁점에 대하여도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최종 중재판정의 enforceability를 강화하기 위한 절차로 ICC나 SIAC 등 몇몇의 중재기관만이 보장하고 있는 절차라고 한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SIAC Secretariat의 관점에서 Emergency Arbitration의 절차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박은영 변호사의 사회로, SIAC을 대표하여 Gary Born 변호사와 Kevin Nash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하였다. 패널들은 SIAC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절차가 진행되는 실제 시나리오들을 토대로 각 단계에서의 유의점들을 상세히 설명하여 참가자들이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였다.

다섯 번째 세션과 여섯 번째 세션은 참가자들이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 그룹별로 중재 전문가들의 지도하에 가상의 사안을 토대로 Emergency Arbitration에 대한 실무적인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Emergency Arbitration을 요청하는 서면을 작성해 보고 이에 대해 논의하며, 심리에서의 구두변론도 펼쳐 보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중재 전문가들은 실무에 있어서는 특정한 임시조치를 긴급하게 취해야 하는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피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실제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대리인들이 Emergency Arbitration 서면과 구두변론을 진행하면서 본 중재에서 제기할 법률적, 사실적 주장들을 펼치게 마련이지만, 이는 Emergency Arbitration 절차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으로 '임시' 조치의 '긴급한 필요성'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Emergency Arbitration에 집중한 첫 날에 이어 둘째 날의 프로그램은 Expedited Procedure와 Early Dismissal에 집중하는 세션들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세션은 김준희 변호사의 사회로, 서울국제중재센터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영석 변호사, Baker & McKenzie의 중국 지역 중재팀을 이끌고 있는 Paul Teo 변호사, SIAC Court of Arbitration의 멤버이자 The Arbitration Chambers 소속 중재인으로 활동 중인 Alan J. Thambiayah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의 국제분쟁팀 co-head를 맡고 있는 Andrew White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하여 Expedited Procedure로 진행되는 중재절차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되었다.

Expedited Procedure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는 사건에 대하여 보다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기관들이 마련하고 있는 절차이다. SIAC 중재규칙 하에서는 5.2조에 따라 당사자들의 청구금액이 총 싱가포르 달러 S$6,0000,000 이하이거나, 당사자들이 합의하거나,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Expedited Procedure가 적용될 수 있다. Expedited Procedure가 적용되는 경우 중재판정부가 구성된 후 6개월 이내에 최종 중재판정이 나와야 한다.

당사자들이 합의해도 가능

패널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속함과 적법한 절차(due process)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6개월 내에 모든 중재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각 절차당 시간 배분은 어떻게 하며 증거의 제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 발표했다. 또 2016년 개정된 SIAC 중재규칙에 의하면 5.4조에 따라 새로운 정보가 더 존재할 경우 이미 시작된 Expedited Procedure를 중지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역시 중재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행과 적법한 절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두 번째 세션은 SIAC의 관점에서 Expedited Procedure의 운영에 관해 김준희 변호사의 사회로 Gary Born 변호사와 Kevin Nash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하여 발표하였다. 첫 날 Emergency Arbitration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패널들은 SIAC의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절차가 진행되는 실제 시나리오들을 토대로, 특히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중재절차가 완료되어 사무국의 검토까지 마친 중재판정문이 나오기 위해 각 단계에서 유의할 점들을 설명하였다.

이어 세 번째 세션에서는 참가자들이 첫 날과 같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 그룹별로 중재 전문가들의 지도하에 대리인의 입장에서 Expedited Procedure을 신청하는 서면을 작성할 때의 유의점들에 대해 논의하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점심시간 후 쉬어 가는 세션이 이어졌다. 법무법인 세종의 국제분쟁팀을 이끌고 있는 시니어 파트너인 김두식 변호사의 사회로, 중재인으로 활동 중인 Michael Hwang Chambers의 Michael Hwang SC, 박은영 변호사, SIAC Court of Arbitration의 멤버이자 싱가포르대 교수인 Lucy Reed가 패널로 참여하여 설득력 있는 'Written Advocacy'와 'Oral Advocacy'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팁과 조언을 제공하였다.

Early Dismissal, 2016년 신설

프로그램의 마지막 세션들은 SIAC의 고유한 제도인 Early Dismissal에 집중되었다. 2016년에 신설된 Early Dismissal 제도는 SIAC 중재규칙 29조에 따라 청구 또는 항변에 법적 이유가 없음이 명백하거나 청구 또는 항변이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벗어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일방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중재판정부가 청구나 항변을 조기 기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재절차의 신속함과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SIAC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다.

우선 중재 실무자의 관점에서 Early Dismissal을 신청하는 서면에 대한 소그룹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중재 전문가들의 지도로 Early Dismissal 신청서를 제기할 수 있는 시기와, 서면에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하여 참가자들이 활발하게 논의하고 질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Early Dismissal의 판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청구 또는 항변에 "법적 이유가 없음이 명백"하거나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벗어나 있음이 명백"해야 하는 비교적 높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고, 중재규칙 29.2항 자체도 신청서에는 해당 신청 내용을 뒷받침하는 사실과 법적 근거가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완결성 있는 서면을 제출하여야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워크숍으로 포문을 연 Early Dismissal의 실무에 관한 논의는 중재 전문가 패널들의 발표와 논의로 이어졌다. 서울국제중재센터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희택 교수의 사회로 Gary Born 변호사, Michael Hwang SC, 연세대 로스쿨의 김준기 교수, 그리고 Lucy Reed 교수가 패널로 참여하였다. 패널들은 Early Dismissal이 내려지기 위한 높은 기준이 ICSID의 preliminary objection의 기준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하였다.

Early Dismissal 신청 총 9건

2018년 6월 1일 현재 SIAC 중재에서 Early Dismissal이 신청된 사건 수는 총 9건이며 그 중 4건에 대해 Early Dismissal에 대한 판단이 진행되었고, 그 중 1건에 대해 최종 Early Dismissal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 절차는 frivolous한 청구들을 남발하여 중재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의 절약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하였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둘째 날의 마지막 세션은 참가자들이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 그룹별로 중재 전문가들의 지도하에 가상의 사안을 토대로 Early Dismissal에 대한 실무적인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양일 모두 소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패널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이후 참가자들이 가상의 사안을 토대로 해당 주제에 대한 서면과 구두변론을 직접 수행해 보고, 유수한 중재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주로 중재 분야 주니어 변호사 또는 장래 중재 분야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 광범위한 주제가 아니라 Emergency Arbitration, Expedited Procedure 그리고 Early Dismissal이라는 세 가지 소주제에 집중한 세션들로 구성되어 중재절차의 효율성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매우 효율적이고 알찬 교육 기회가 되었다는 평가다.

정리=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