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1차 수사권 · 종결권 부여
경찰에 1차 수사권 · 종결권 부여
  • 기사출고 2018.06.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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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발표
검찰은 부패 · 경제범죄 등만 1차 수사
 정부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검 ·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6월 21일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수직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뀌게 되며 검찰의 직접수사는 부패와 경제범죄 등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된다.

이날 오전 10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검 ·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또 법무 · 행안부 장관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정부합의안 마련 진행 경과와 주요내용을 설명했다. 

◇정부가 6월 21일 검 ·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갖고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정부가 6월 21일 검 ·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갖고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합의문은 먼저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하여, 경찰 수사의 주체성 및 자율성을 강화했다.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영장심의위원회는 중립적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경찰은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경찰은 또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가져 불기소 의견 사건에 대하여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된다. 그대신 검사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에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건에 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되어 공소유지를 위한 증거수집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에 따라야 하며,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그 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의 인권옹호와 공소기능도 강화된다. 검사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경우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시정되지 않는 경우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할 경우 검찰에 사건기록등본과 함께 불송치결정 통지를 해야 하며, 검사는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할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또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들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수사기록과 함께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여 검찰이 기소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경찰, 공수처 검사 및 그 직원의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 · 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과 이들 사건과 관련된 인지사건(위증 · 무고 등) 등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된다. 검찰수사력을 일반송치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한 것으로, 이들 이외의 사건에 관하여 검찰에 접수된 고소 · 고발 · 진정 사건은 사건번호를 부여하여 경찰에 이송한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경 체계도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경 체계도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분야에서, 동일사건을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중복수사하게 된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나. 합의문은 검사가 경찰에 그 사건의 송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찰에 우선 수사권을 부여했다. 단,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는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다.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경찰개혁과 함께 추진하고, 자치경찰제 추진 등 경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해소하기로 했다. 경찰은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해 행정경찰이 사법경찰직무에 개입, 관여하지 못하도록 인사제도와 절차 등을 마련해야 하며,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가 중심이 되어 현행 제주 자치경찰제의 틀을 넘어서는 자치경찰제가 추진되며, 2019년 내 서울, 세종, 제주 등에서 시범실시한 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국 실시를 위하여 적극 협력하도록 했다.

검찰의 영장청구권 등 헌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이번 합의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종전대로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갖는다. 또 이번 수사권조정 합의는 공수처에 관한 정부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법무부가 검찰 · 경찰 등 수사기관의 의견을 들어 내사절차 관련 법규의 제 · 개정안을 2018년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 합의문은 그러나 관련 법규의 제 · 개정안에 ▲내사가 부당하게 장기화되지 않을 것 ▲내사가 부당하게 종결되지 않을 것 ▲내사착수 및 과정에서 피내사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것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검찰 · 경찰은 이 합의에 관한 입법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합의의 취지를 이행하도록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수립 후 최초로 마련된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국회에서의 법개정을 통해 완성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담화를 통해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끝나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 됐다"며 "부족한 점은 보완되더라도, 합의안의 근본취지만은 훼손되지 않고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합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며, 21일 국무조정실장이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