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장 부부 회식에 자원 참석했다가 귀가 중 교통사고로 사망…산재 아니야"
[노동] "사장 부부 회식에 자원 참석했다가 귀가 중 교통사고로 사망…산재 아니야"
  • 기사출고 2018.06.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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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업무상 회식 아니고, 출퇴근 사고도 아니야"

중국음식점 배달원이 사장이 즉흥적으로 마련한 술자리에 동참했다가 귀가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법원은 업무상 회식이 아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6월 7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서울 강서구에 있는 중국음식점 배달원 김 모씨의 자녀가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88404)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는 2016년 7월 17일 오후 10시쯤부터 김씨가 배달하는 중국음식점 사장이 사업장에서 1㎞ 정도 떨어져있는 치킨 집에서 마련한 술자리에서 다른 직원 4명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나눠 먹었다. 사장은 30분 전인 오후 9시 30분쯤 부인을 데리고 치킨 집에 가려고 사업장에 들렀고, 직원 중 한 명이 '사모님 모시고 어디 가시느냐'고 묻자 '와이프 치킨 사 주려고 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와라'라고 이야기했다. 사장과 부인은 먼저 치킨 집으로 갔고, 이씨를 비롯한 직원들은 오후 10시쯤 치킨 집으로 합류했다. 술자리는 오후 11시 30분쯤 마무리되었으며, 술자리 비용은 사장이 모두 지불했다.

모임이 끝난 후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치킨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정 무렵 헤어진 김씨는 배달용 오토바이로 귀가하던 중 7월 18일 오전 0시 5분쯤 사거리에서 적색신호에 신호를 위반해 직진했다가 우측에서 녹색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에 김씨의 자녀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4다60509)을 인용,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하여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회사 외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에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우선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중국음식점 사업장의 총 직원 수(13명)를 고려하여 보면 이 모임에 참석한 직원들은 그 중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점, 모임은 사전에 예정된 바 없었고, 직원 중 일부가 즉흥적으로 사업주 부부의 식사 자리에 합류하게 되면서 이루어지게 되었던 점, 사업주는 직원들에게 합류하고 싶은 사람은 합류해도 좋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을 뿐 직원들에게 모임에 참석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던 점, 달리 모임에 업무 등과 관련된 목적이 있었다거나 사업주의 전달사항이 있었다거나 특정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모임은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성에 따라 개최된 업무상 회식이라기보다는 근무를 마친 후 시간이 되는 동료들끼리 함께 한 술자리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이 모임은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모임이 끝난 후 귀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 1호 라목이 적용되는 행사 중의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모임의 성격이 업무상 회식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친목을 도모하는 술자리에 불과한 이상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는 행위가 통상적인 출퇴근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업주가 김씨에게 오토바이를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용인하였다고 해서, 김씨가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을 할 것까지 예상하였다거나 그로 인한 위험까지 감수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데, 김씨는 최소한 모임에서 맥주 500㎖ 한잔 이상을 마셨으면서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만연히 배달용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귀가하였다"며 "(김씨가 당한) 교통사고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